'안전경영' 단순 선언 그치지 않고 실질적 작동
원가율 악화에 영업이익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
비주택 부문에서 두각…향후 전망 어둡지 않아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말이 있다. 대학교 2학년이 되면 신입생 시절보다 학문에 대한 열의가 떨어지고 성적이 부진해지는 등 방황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다른 분야에도 두루 쓰인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올해 2년 차를 맞은 건설사 대표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2023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건설사 대표들이 징크스를 딛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2년차 징크스 극복기①-대우건설]백정완표 '안전경영' 결실 거둘까

[미디어펜=성동규 기자]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1985년 대우건설에 입사한 뒤 대우건설에서만 일한 정통 대우맨이다.

2021년 말 우여곡절 끝에 대우건설을 품에 안은 중흥그룹에게 백 대표는 조직 갈등을 잠재우고 양사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필요한 적임자였다. 백 대표에게는 조직 안정화와 더불어 내실경영 강화와 해외 신사업 확대 등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완수해야 중책도 맡겨졌다.

취임 첫 해 백 대표는 시장 전망치를 훌쩍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하고 재무적 안전성을 찾아가며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냈다. 다만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대우건설 창립 50주년을 맞는 올해 백 대표에게는 경영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

   
▲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약력 : 1963년생. 1985년 한양대 건축공학과 졸업. 1985년 대우건설 입사. 2016년 주택사업본부장. 2017년 리스크관리본부장. 2018년 주택건축사업본부장. 2022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현)


◆ 안전 최우선 기업문화…올들어 사망사고 '제로(0)'

지난해 3월 취임식에서 백 대표의 첫 일성은 안전이었다. 그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생명존중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안전을 경영 일선에서 가장 우선적이고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조직개편에서 최고안전책임자(CSO) 제도를 도입하고 초대 CSO에 중흥그룹 출신인 민준기 전무(안전품질본부장)를 선임했다. CSO는 안전·보건 관련 조직 구성, 예산 편성, 인사 운영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갖고 대우건설의 안전·보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그럼에도 백 대표 취임 첫해 대우건설에서는 세 번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4월 부산 해운대 아파트 공사현장서 50대 하청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7월에는 인천 서구 루원지웰시티푸르지오 신축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60대 중국인 노동자가 토사에 매몰돼 숨졌다. 

또 바로 다음 달인 8월 인천 서구 한들구역 도시개발 부지조성공사장에서 50대 노동자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철제 기둥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대우건설의 안전사고는 고질병이라는 지적도 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관리했던 10년간 발생한 사망사고는 총 57건으로 10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사망사고가 연평균 5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대표 취임 이전인 2019년 6건의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 이후 2020년 4건, 2021년에는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감소추세를 보였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같은 사실을 의식한 듯 백 대표는 창립 50주년을 맞는 올해를 '안전 원년'이라고 선포했다. 안전혁신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소규모 현장이라도 안전직을 추가 배치하고 안전감시단을 확대 운영했다. 안전관련 시설비 투자와 협력회사 안전전담자 인건비 지원도 강화했다.

다양한 노력은 효과를 보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서는 사망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백 대표의 안정경영이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제공

◆ 재무안전성 개선됐지만…성장성은 뒷걸음질  

백 대표는 지난해 취임 후 건설업계 전반에 걸친 부정적 전망을 타개하기 위해 내실 경영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취임 첫해 대우건설은 재무안전성에서 개선 추이를 보였다.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1분기 213.64% 2분기 210.68% 3분기 200.26% 4분기 199.10%로 감소했다.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 비율도 같은 기간 151.42%, 152.76%, 148.73%, 145.15%로 지속해서 하락했다.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상향됐다. 143.01%, 143.55%, 143.87%, 148.50%로 늘었다.

재무구조 건전성과 배당 여력을 나타내는 자본유보율도 자연히 81.62%, 83.84%, 92%, 98.33%로 증가했다. 현금을 보유액이 1조6963억원에서 1조7422억원, 1조9119억원, 2조434억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성장성 측면에서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점이다. 대우건설의 지난 한 해 영업이익은 7600억원으로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분기별로 살펴보면 상황이 조금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2213억원, 2분기 865억원, 3분기 2055억원, 4분기 2468억원으로 큰 폭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9.84%, 3.54%, 8.15%, 7.69%를 기록, 지난해 3분기 이후 내림세로 돌아섰다.

원자재 가격 및 외주비가 올라 주택건축사업 부문에서 원가율 상승에 따른 여파가 컸던 결과로 풀이된다. 매출원가율은 85.12%, 91.46%, 86.74%, 88.27%로 지난해 3분기 이후 상승하며 연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2년차 징크스처럼 이런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184.54%로 직전분기 대비 14.46% 감소했다. 유동부채비율도 전분기보다 11.22% 하락한 133.93%였다. 유동비율과 자본유보율은 각각 4.19%, 4.71% 상향되며 152.69%, 103.04%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의 경우에는 올해 1분기 6.77%로 3분기 연속으로 줄어들고 있다. 매출원가율이 89%까지 치솟은 탓이다. 올해에도 국제 원자재 가격 등의 불안이 지속될 전망인 만큼 역대 최대 실적을 또다시 갈아치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 지난 2월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왼쪽)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라크 알포(Al Faw) 항만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대우건설 제공


◆주택사업 비중 줄이고 해외서 활로 찾는다

백 대표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외치기도 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국내 주택 시장에서 앞으로 급격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해외 신사업 수주를 적극적으로 주문했다.

신규수주 성과를 보면 그의 노력이 엿보인다. 올해 1분기 신규수주는 4조170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2조6585억원)에 비해 56.9% 늘었다. 특히 플랜트사업 부문에서 1조8058억 원을 수주해 연간 해외수주 목표인 1조8000억원을 1분기에 초과 달성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2월 나이지리아 카두나 정유시설 보수공사(7000억원)와 3월 리비아 가스화력발전소 건설 공사(1조원)를 잇달아 수주했다. 1분기 현재 수주잔고는 45조9283억원으로 이는 연간 매출액 대비 4.4년 치 일감에 해당한다.

리비아 재건 프로젝트(1조5000억원), 이라크 해군기지(7000억원), 나이지리아 인도라마 비료공장(4000억원), 이라크 알 포 항만(1조2000억원), 투르크메니스탄 비료공장, 사우디아라비아 네옴 등의 수익 파이프라인이 여전히 남아 있어 해외수주액이 3조원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 

백 대표의 취임 첫 해였던 지난해 해외 수주액은 1조7745억원으로 전년(1조1274억원) 대비 57.4% 늘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올해에는 지난해의 성장률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라크와 나이지리아 등 수주 텃밭에서뿐만 아니라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타 국가는 물론이고 모회사인 중흥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수주에도 역량을 집중해 비주택부문 실적기여도를 점차 높여갈 계획이다.

해외사업의 최대 변수인 공사 비용 추가 발생과 공사 기간 지연 등의 관리에 따라 매출액뿐만 아니라 이익률 개선의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또한 국내 주택사업 이익 감소분에 대해서도 상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영업이익율 하락 배경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율의 상승에 기인했다"며 "주택·건축 부문의 원가율 급증에도 토목·플랜트 부문 매출 상승과 수익성 개선을 통해 올해에도 지난해와 같이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성동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