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민권자’들이 벌인 자살테러…10년 지난 지금은?
   
▲ 이원우 기자

2015년 7월 7일은 런던 폭탄테러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날 런던 시민들은 들떠 있었다. 바로 전날인 7월 6일 런던이 2012년 제30회 올림픽의 개최지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7일 아침 직장 동료들과의 화제는 올림픽이 되어야 마땅했지만, 슬프게도 ‘생존 신고’가 모든 것을 대신하고 말았다.

뇌관은 출근길에 터졌다. 오전 8시 40분경, 서클 선(線) 열차 2대와 피카디리 선 열차 1대가 폭발했다. 약 1시간 후엔 런던 중심가 태비스톡 스퀘어의 2층 버스가 폭발로 날아가 버렸다. 이 무렵 ‘전기 합선에 의한 사고’를 추정하던 시각은 사라졌다. 런던 시는 모든 지하철의 운행을 중단시켰다.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총 56명. 부상자는 무려 700여 명에 달했다. 사상자의 숫자만큼이나 충격적인 건 자살 테러범으로 확인된 4명의 신원이었다. 모하메드 시디크 칸, 셰자드 탄위르, 저메인 린제이, 하시브 후세인. 18~30세의 남성 네 사람은 모두 영국에서 태어난 영국 시민권자였다. 전과는커녕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천착했다는 정황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자살테러를 통해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는 다분히 종교적이다. ‘이슬람에 대한 서구의 부당한 행위를 증오해 순국자가 되길 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세계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개입에 대한 보복을 하고자 테러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사건 당시 영국에서는 미국 등 서방 선진국 7개국과 러시아가 참석한 G8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있었기 때문에 테러의 상징성은 충분했다. 그러나 범인들이 타도하고자 했던 나라의 정상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테러에 대한 응징 의지를 더욱 키웠을 뿐이었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나란히 서서 단호한 어조로 “테러 분자 색출”을 선언했다.

   
▲ IS의 과업이 유럽이나 중동 지역에만 머무를 것이라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광신적 맹종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IS의 목표는 ‘땅 끝’까지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사건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테러라는 단어는 지구인들에게 매우 익숙해져 있다. 지난 6월 26일에도 프랑스·튀니지·쿠웨이트에서의 테러로 무려 60여 명이 숨졌지만 예전 같은 화제가 되지는 않고 있다. 더욱이 한국에선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IS(이슬람국가)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단체는 어쩌면 ‘테러의 평범성’을 전파하는 데 성공한 건 아닐까.

IS의 과업이 유럽이나 중동 지역에만 머무를 것이라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맹종적 열정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IS의 목표는 ‘땅 끝’까지다. 당연히 한국도 포함돼 있다. 지구가 좁아졌다고 말들을 하지만 테러를 멀게만 느끼는 한국의 시선은 여전히 세계를 넓게만 보고 있다. 지난 10년의 시간은 테러의 잔혹성에 적응하는 기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2015년 7월 7일은 그런 날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