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둔화 여전…하반기 실적은 ‘아무도 몰라’
최악 난제 중국 리스크 해소…정부 역할 더 중요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반도체 업황 둔화가 지속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도 암울할 전망이다. 하반기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지만, 당분간 저점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평가다. 

다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장비 수출 통제 유예를 연장시킬 것으로 보여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아직 구체화된 내용이 나오지 않아, 이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 반도체 업황 둔화가 지속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도 암울할 전망이다. 하반기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지만, 당분간 저점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지배적인 상태다. 사진은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 업계 둔화 여전…하반기 실적은 ‘아무도 몰라’

1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2128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8.49% 감소한 수치로, 글로벌 금융 위기였던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이다. 6402억 원이었던 지난 1분기와 비교해도 95.45%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를 피하지 못했던 SK하이닉스도 올해 2분기에 3조2217억 원의 영업 손실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양사의 실적 부진은 반도체에 대한 수요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TV와 가전, IT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이에 사용되는 반도체 판매량도 감소한 탓이다. 판매량이 줄어드니 재고는 증가하고, 이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중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인 DS부문 재고는 31조948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조7953억 원)대비 13조1528억 원(69.9%) 증가했다. SK하이닉스의 역시 1년 동안 6조7896억 원(65.3%) 증가해 17조1823억 원에 이르렀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D램 기업들이 감산을 선언했지만 아직 효과는 더딘 상태다. 업계에서는 수요가 회복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이 나온다.

최악의 실적은 2분기가 마지막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에서 4분기 사이 글로벌 D램 수요가 12.0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재고가 소진 되면서 양사의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하반기에도 저조한 실적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내년은 돼야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 최악 난제 중국 리스크 해소…향후에도 정부 역할 중요

다만 다행인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대 난제였던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 유예조치’가 추가로 연장될 것으로 보여 관련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전날 외신에 따르면 앨런 에스테베즈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차관은 지난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행사에 참석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중국 내 첨단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유예를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 각각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다. 앨런 차관의 방침이 공식화 될 경우 양사는 내년에도 중국 공장에 첨단 반도체장비를 반입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로직반도체 생산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당시에도 한국 기업들은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조치를 받으며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바 있다.

미국의 유예 조치 연장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의 의견을 미국에 지속적으로 전달하며 설득해 온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아직 유예조치와 관련한 연장 기한, 반입 제한품목 확대 여부 등에 대해서는 구체화 된 것이 없어 향후에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미국 정부와의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 둔화로 실적도 안 좋은 데다 미‧중 사이에 끼어 국내 기업들의 처지가 상당히 곤란하다”며 “다행히 정부가 기업의 입장을 이해하고, 미국 정부와 이에 대해 꾸준히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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