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싸움' 핑퐁게임…합의 자체도 실효성 의문
특별법·전담기구·전문인력 구축해야
쓰레기는 더 이상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게임체인저'다. 쓰레기를 매립하고 감추고 덮는 시대는 저물고 쓰레기를 매개로 새로운 도약이 예고되고 있다. 그 중심에 오는 2025년 운영이 종료되는 수도권 매립지가 있다. 수도권 2600만 명의 쓰레기를 매립하던 수도권 매립지 운영이 행정적으로 종료된다고 쓰레기가 소멸될까.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이용하면서 수많은 갈등을 유발해 온 쓰레기 매립지 해결은 국가 경쟁력과 닿아 있다. 그래서 수도권 매립지 문제는 국가적인 현안이자 미래다.

님비와 핌비를 오가는 사이 문제해결의 주체인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는 현실적 대안부재를 이유로 주민 인천지역 주민반발을 잠재우는데 에너지를 소모해 왔다. 더 이상 '잃어버릴 시간'이 없다. 국민 모두가 동의할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2600만 명이 살아가는 수도권에서 나오는 쓰레기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이다. 여론의 딜레마 속에 '게임체인저'가 절실한 시점이다. 쓰레기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다. 처리 혹은 재테크를 위한 신기술의 출현이 눈앞에 있다. 

미디어펜은 이번 연재를 통해 변화한 쓰레기 패러다임을 소개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세부적인 개선 방향 및 시민·기업·지자체·정부가 각각 해야 할 액션플랜이 제시될 것이다. 국내·외를 넘어 쓰레기 처리 및 에너지화에 선도적인 지구촌 사례를 통해 혜안을 얻고자 했다. 기획시리즈는 '8+α'로 구성됐다. [편집자주]

[쓰레기, 미래를 묻다②]거버넌스 문제…구속력 없는 합의, 실효성 없다

   
수도권 매립지 문제의 전제 조건은 지난 2015년 6월 28일 정부(환경부)·서울시·인천시·경기도가 맺은 '수도권매립지정책 4자협의체 최종합의서'이다.

현재 펼쳐진 상황은 이 4자협의체 최종합의서에 따라 흘러왔고, 향후 계획도 여기서 출발한다.

문제는 당장 닥친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해결이다. 1매립장(409만㎡)과 2매립장(381만㎡)은 사용이 종료됐고, 당초 2016년까지였던 수도권 매립지 사용기한이 3-1매립장 포화 때까지 연장됐다.

'구속력 없는' 4자협의체 최종합의서

합의서에 따르면, 수도권 매립지 사용 최소화 노력과 선제적 조치의 이행을 전제로 잔여 매립부지(제3·4 매립장) 중 3-1공구(103만㎡)를 사용하고, 3개 시·도는 대체매립지 확보추진단을 구성·운영하여 대체매립지 조성 등 안정적 처리방안을 마련한다.

3개 시·도가 요청하는 경우, 환경부는 대체매립지 확보추진단에 참여하여 자문·지원·조정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다만 대체매립지 조성이 불가능하여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 수도권 매립지 잔여부지의 최대 15%(106만㎡) 범위 내에서 추가로 사용한다.

   
▲ 수도권 3-1매립장 전경. 작업차들이 쓰레기를 싣고와 매립하고 있다. /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합의서에 따르면, 이와 함께 수도권 매립지 사용에 따른 환경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3개 시·도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한다. 아울러 건설·사업장폐기물 매립을 줄이는 노력을 적극 추진하는 등 친환경 매립방식을 도입한다.

이 합의서의 문제는 하나다. 바로 의무조항이 없어 4자 중 누구에게나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다.

   
▲ 구속력 없는 4자협의체로 모두 주도권을 상실했다./그래픽=권동현 기자 제작

이 때문에 현 상황은 시급하지만 제대로 진행되는 건 없다. 매립 최소화를 위해선 소각장 증설이 필수인데, 대부분의 수도권 지자체들이 소극적이다.

지난해 환경부가 소각장 처리용량이 부족한 수도권 10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2025년 12월까지 소각장을 확충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대부분의 지자체가 입지 선정을 하지 못했다.

서울시의 경우, 마포구 상암동의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증설계획에 지역민들이 줄곧 반발하고 있어 불투명하다.

수도권 각지에서 님비(Not In My Backyard: NIMBY·공공 이익에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 이롭지 않다고 보고 반대하는 행동) 현상이 여전한 것이다. 4자협의체 최종합의서에 구속력이 없어서 그렇다.
누구도 합의서를 신뢰하지도, 대안으로 생각지 않는다.

'2025년 종료' 고수하는 인천, 서울시나 경기도 배려없다

관건은 인천시다. 지난 30년간 매립지로 인해 고통받았다는 명분을 내밀며, 수도권 매립지 '2025년 종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020년 11월 12일 공식적으로 영흥도를 자체 매립 후보지로 발표하면서 서울시와 경기도를 겨냥해 '발생지 처리 원칙'을 강조했고 "서울과 경기도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앞서 나온 2015년 4자협의체 최종합의서에 따르면, 수도권 매립지 3매립장을 반으로 나누어 3-1공구(3-1매립장 103만㎡)를 추가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이 추가 사용 대신 인천시에 경제적 보상을 해주고, 서울시와 경기도는 대체 매립지(처리장)를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대체지 마련'이라는 약속의 기한이 2025년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 그동안 인천시와 인천시민이 감당한 폐해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강박이 자리잡고 있다.

   
▲ 수도권 매립지 위성사진 및 조감도. /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문제는 2025년이라는 기한 또한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3-1매립장이 포화되는 시점까지 대체 매립지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지만, 현 시점에서 정확히 언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인지 예측하기 불가능하다. 다만 2025년보다 좀 더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은 가능하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3-1매립장은 2018년부터 써왔는데 이는 당시 하루 반입량 1만2000톤씩 매립하는 걸로 설계한 것"이라며 "그것이 점차 줄어들어 현재는 5000~7000톤 수준을 오가고 있다"고 본보에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본보의 취재에 "그러나 정확히 언제 3-1매립장이 포화될지 예단하기 불투명하다"며 "줄어든 추세가 사실이지만 이것이 언제 또 역전될지, 얼마나 더 줄어들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4자협의, 결정없는 상호 논의

결국 수도권 매립지를 둘러싼 이러한 불확실성은 '거버넌스' 문제로 옮겨간다. 2015년 당시 극렬한 대립과 갈등 끝에 합의서를 도출했듯이, 이번에도 4자협의체가 재차 매듭을 지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거버넌스는 이해당사자(다양한 행위자)가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국정운영 방식을 말한다.

지역과 레벨을 넘나드는 명확한 의사결정이 수도권 쓰레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공산이 높다.

안대희 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이에 관한 대안으로 수도권 매립지 특별법과 같은 법적·제도적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안대희 교수는 이에 대해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대안 제시만이 인천시를 협상테이블에 나올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제주환경순환센터에 수집된 폐기물을 소각로에 투입하기 전, 크레인 근무자가 조종해서 평준화 작업을 하고 있다. 쓰레기 별로 소각 온도가 달라, 섞는 평준화 작업을 해야 고르게 소각된다. /사진=미디어펜

신상준 성균관대 동아시아공존협력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또한 이에 대해 "정부는 갈등을 관리하는 주요 행위자이지만 갈등을 촉발하기도 한다"며 "다만 상이한 이해관계를 가졌던 4자는 수도권 협력시스템의 붕괴를 우려해 협력할 수 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매립지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달랐지만 최종 기한에 가서는 합의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2015년 당시 4자가 실제로 적극 협력했다는 지적이다.

신상준 선임연구원은 4자 구도와 관련해 "갈등 관계를 벗어나는 자가 생기면 '힘의 균형' 역시 달라진다"며 "정부가 매립을 제로화함과 동시에 매립지 연장 사용에 의견(평가)를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라고 꼽았다.

이 사안과 관련해 일부 인천 주민들은 2025년 매립 종료 후 매립지로 향하는 도로를 폐쇄하는 등 초강경 대응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자협의체가 거버넌스의 묘를 잘 살려,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지 주목된다. 종료 시점이 다가온다지만 어쩌면 데드라인은 지났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