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농구 대통령' 허재(58) 데이원 점퍼스 스포츠총괄 대표의 이미지와 명예가 추락했다.

KBL은 16일 임시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선수단 임금 체불 등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이원 농구단의 제명을 결정했다.

2021-2022시즌이 끝난 뒤 고양 오리온 프로농구단을 인수한 데이원은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부도로 재정난에 빠졌다. 이로 인해 KBL 가입비 지연 납부, 선수단 및 사무국 직원과 홈경기 운영 인력 임금 미지급, 오리온 구단 인수 대금 미납 등 정상적인 구단 운영을 못했다. KBL이 최후통첩한 15일까지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제명당하고 말았다.

KBL은 "데이원은 연봉 체불 등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거짓과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리그 신뢰와 안정성을 크게 훼손했다"고 제명 이유를 밝히면서 데이원스포츠 경영총괄 박노하 대표, 구단주이자 스포츠총괄 허재 대표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행정적, 법률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데이원 측은 이날 박노하 경영총괄 대표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박노하 대표는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부도가 나며 데이원 스포츠의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김용빈 회장이 농구단 운영에 손을 떼며 자금난이 시작되었다"면서 "영업직 대표인 저는 농구단 운영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재무총괄 대표직을 내려놓고 파산 신청도 고려했으나 저를 믿고 온 허재 대표, 김승기 감독, 선수들, 직원들을 생각하며 이 어려움을 극복해 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농구단을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 사진=데이원 점퍼스 홈페이지, 더팩트 제공


농구단 운영 실패를 인정하고 재무총괄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힌 박 대표는 "저와 김용빈 회장을 믿고 함께 새로운 길을 선택했던 허재 대표, 김승기 감독, 주장 김강선, 전성현 선수를 비롯한 선수단 전원에게 의도치 않게 큰 피해를 입혀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특히 농구가 좋아서 저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고 데이원 점퍼스 구단주를 맡아준 허재 대표에게 정말 죄송할 따름이다. 자금난으로 약속한 연봉도 거의 지급해 드리지 못했고 본인 급여 줄 돈 있으면 선수 관련 비용에 쓰라고 하면서 한 시즌을 무급 봉사했다"면서 "농구단의 부정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구단주라는 직책 때문에 재무담당 대표인 제가 받아야 할 비난을 허재 대표가 대신 받았다. 그로 인해 입은 이미지 손상이 상당했다고 생각한다"고 허재 대표에게 사과했다.

허재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농구인으로서 선수들을 끝까지 책임져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농구가 좋아서 (스포츠총괄 대표) 제안을 받고 들어갔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구단에 들어가니)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공사로 따지면 부실 공사"라고 한 허재 대표는 "월급을 두 번인가 받은 것이 전부고, 이후로는 전부 내 돈을 쓰면서 있었다. 나도 어떻게 보면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온 것"이라고 후회와 자책을 했다.

어쩔 수 없는 구단의 재정적인 문제였다고는 하지만 허재 대표는 이번 데이원 사태에서 스포츠총괄 대표이자 구단주로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역 시절 최고의 선수로 활약하고, 지도자로서도 전주 KCC 감독으로 두 차례 우승을 일궈냈으며 국가대표팀 사령탑까지 지냈던 허재 대표다. 최근에는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왔던 '농구대통령'이 명예 실추와 함께 농구 인생 최대 고비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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