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m 길이 원통형 표면에 ‘천마’ 글씨와 하늘을 나는 말 모습 마크
2단부 온전하고 1·3단과 만리경 1호 수색 지속…한미 공동분석 착수
장영근 “엔진·노즐·연료탱크·산화제탱크 있어 엔진의 특성·성능 파악”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우리군이 서해에 추락한 북한의 발사체 잔해를 보름만에 인양하는데 성공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5일 오후 8시 50분경 어청도 서남방 200여㎞ 떨어진 한중 잠정조치수역 75m 해저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잔해를 인양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앞서 또 다른 지역에서 발사체 연결단으로 보이는 직경 약 2~3m 크기 훌라후프 모양의 원형 고리도 추가로 인양했다. 

심해 펄에 묻혀 있다가 건져 올려진 발사체 잔해는 3단 로켓인 ‘천리마 1형’의 2단부로 추정되며 직경 2.5m, 길이 12m에 달한다.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원통형 표면에 ‘천마’라는 글씨가 선명하고, 하늘을 나는 말의 모습을 그린 마크가 있다.

인양된 물체는 국방과학연구소(ADD)로 이송해 한미가 공동으로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군은 발사체 상단에 탑재돼있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비롯해 1단과 3단부 역시 일대 해역에 낙하했을 것으로 보고 수색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지만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것인 만큼 이번 발사체 잔해에 대한 분석으로 ‘화성 15형’이나 ‘화성 17형’ 등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기술력을 파악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16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전날 저녁 우리군에 의해 인양된 북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2023.6.16./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합참에 따르면, 미국에서 국방정보본부(DIA)를 비롯해 여러 정보기관 및 군기관이 와있으며, 우리와 공동으로 기술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합참은 원통형 안에 있는 내용물에 대해 기술정보를 분석하고 조사한 뒤 일정 부분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군이 건져올린 2단부로 추정되는 흰색 동체는 비교적 온전한 상태이다. 장영근 항공대학교 교수는 “인양된 천리마 1형 발사체 잔해물은 2단 추진체와 1단과 2단 사이의 연결단으로 보인다”며 “2단 추진체라면 엔진과 노즐, 연료탱크, 산화제 탱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어 “군의 발표에 따르면 인양된 동체의 길이가 12m라고 하며, 이를 기준으로 평가하면 전체 발사체의 길이는 40m 안팎으로 추정된다”며 “아마 2단 추진체 동체 내에 연료와 산화제가 그대로 탑재되어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장거리탄도미사일 상단 추진체의 특성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즉, 이번 발사체의 2단 엔진이 백두산 엔진인지 아니면 새로운 엔진을 사용했는지 분석을 통해 엔진 특성을 알 수 있고, 엔진의 추력 및 연소시간 등 성능도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또한 연결단에 1단과 2단의 엔진 제어 및 원격 명령 및 계측, 유도제어, 배터리 등의 전장품이 남아 있다면 북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발사체의 기술 수준, 국산화 수준, 해외 구성품의 구매 여부도 파악할 수 있다.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 여부까지 파악할 수 있는 상당한 정보 획득도 가능해보인다”고 밝혔다.

   
▲ 16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전날 저녁 우리군에 의해 인양된 북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2023.6.16./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번 북한 발사체 인양이 보름이나 걸린 것은 심해 단단하고 찰진 펄에 있는 무거운 원통형의 잔해를 끌어올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군은 북한이 발사체를 쏜지 약 1시간30분만에 낙하 해상에서 잔해로 추정되는 부유물을 발견하고 가라앉지 않도록 노란색 리프트백(Lift Bag)을 묶어뒀다. 하지만 인양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사체 잔해는 무거운 중량으로 인양 장구에서 이탈해 해저에 완전히 가라앉았다.

따라서 심해잠수사들이 바다에 들어가 원통에 고장력의 밧줄을 묶는 작업을 계획했다. 이를 위해 우선 잠수사들은 청해진함이 보유하고 있는 포화잠수장비, 가감압 체임버에 들어가서 먼저 해저기압에 적응한 뒤 이동용 캡슐을 타고 잠수 구역에 진입해야 했다. 그런데 가시거리가 50㎝에 불과한 탁한 시야, 깊은 수심, 빠른 조류라는 악조건 속에서 잔해에 밧줄을 묶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잠수사들은 다시 잔해 양 끝에 ‘ㄷ’자 모양의 강철고리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인양 고리가 휘어지는 현상이 발생해 작업이 또 중단됐다. 이후 잔해의 인양 장구와 인양사 연결을 위한 정말성형 파공을 했는데 상단부 일부가 탈락됐다. 그 상태로 인양해서 함정에 적재하는 과정에서도 또 탈락 현상이 있었으나 수중 유실방지 시설을 설치해서 탈락 부분까지 함정에 적재했다고 한다.

이처럼 이번 발사체 잔해 인양작업은 총 4차례 시도 끝에 성공했다. 그 과정에 우리해군의 해난구조전대(SSU) 심해잠수사, 3500t급 수상함구조함 통영함(ATS-Ⅱ), 광양함(ATS-Ⅱ), 세월호와 천안함 수색 등에도 쓰였던 청해진함(ASR 21) 등 10여척의 함정과 항공기가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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