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 가파른 상승세에 엔저 현상까지 더해지며 투자처 '주목'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역대급 엔저 현상에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증시 투자가 더욱 활황을 띄고 있다. 일학개미들은 개별 종목뿐 아니라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도 사모으는 모습이다. 

   
▲ 역대급 엔저 현상에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증시 투자가 더욱 활황을 띄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니케이(Nikkei)225 지수는 지난 16일 3만3706.08p로 장을 끝마쳤다. 

니케이 지수는 지난달 19일 3만808.35엔으로 1990년 8월 버블 붕괴 이후 33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이후에도 꾸준히 우상향 흐름을 보이며 지난 14일에는 3만3502.42엔으로 전날에 이어 33년만의 최고 기록을 연일 갈아 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니케이 지수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3만3000선을 넘긴 건 지난 199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올해 들어 닛케이지수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연초(2만5716.86엔) 대비 최근 지수의 상승률은 30%가 넘는다. 

일본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국내 개인 투자자들 역시 일본 증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여기에 유례없는 엔저 현상까지 더해지며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6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3.82원으로, 2015년 6월 26일(905.40원)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순매수한 규모는 총 3441만7000달러로 집계됐다. 이달에도 지난 15일까지 이미 1851만3600달러를 순매수한 상태다. 최근 두 달간의 순매수 규모 합계(약 5293만1000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674억원 수준이다. 이는 앞선 2년 치(2021년 4월∼올해 4월)의 순매수 규모(한화 약 401억원)보다도 많다.

일학개미들은 개별 종목뿐 아니라 ETF 매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글로벌X 일본 반도체 ETF’로 2484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해당 ETF는 지난달 31일 기준 반도체 테스트 장비 업체인 어드반테스트를 14.63% 비중으로 가장 많이 편입하고 있다. 

이어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 헷지 ETF'를 2247만달러어치 사들였다. 국내 또는 미국 증시에서도 미국채 20년물에 투자할 수 있지만 향후 환차익을 노리는 ‘환테크족’이 일본 증시에서 해당 상품을 사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가 당분간 우상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지수의 추가 상승 속도는 둔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니케이225 지수는 33년만의 최고가를 경신해, 도쿄증권거래소 최상위 시장인 프라임 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800조엔을 상회한다”면서 “현재 일본 주식 시장에서는 프라임 시장의 약 80% 종목이 상승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다만 일본 주식은 버블 붕괴 이후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기는 쉬운 상황”이라면서 “차트상 장대음봉(고점을 나타내는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 단기 급상승 및 변동성 확대를 경계할 필요가 있으나 일본 주식에 대한 중장기(약 1년반) 롱 스탠스는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는 상승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환율 때문만이 아니라 일본 기업의 실적 개선세, 정부 차원의 친기업·친주주 정책 발표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또 “미국, 유럽 신용경색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일본 금융 정책 정상화 속도도 연초 우려보다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다만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만큼 추가 상승 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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