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쓰레기 재활용률 59.5%…실질적 재활용률 22.7% 그쳐
AI+IoT, 쓰레기 분리배출하면 포인트 주는 시스템 구현
AI+RT, 사람보다 빠른 눈과 손으로 쓰레기 선별 '척척'
'쓰레기=돈' 시대 앞당기려면 사회적 기업 토양 마련돼야
쓰레기는 더 이상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게임체인저'다. 쓰레기를 매립하고 감추고 덮는 시대는 저물고 쓰레기를 매개로 새로운 도약이 예고되고 있다. 그 중심에 오는 2025년 운영이 종료되는 수도권 매립지가 있다. 수도권 2600만 명의 쓰레기를 매립하던 수도권 매립지 운영이 행정적으로 종료된다고 쓰레기가 소멸될까.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이용하면서 수많은 갈등을 유발해 온 쓰레기 매립지 해결은 국가 경쟁력과 닿아 있다. 그래서 수도권 매립지 문제는 국가적인 현안이자 미래다.

님비와 핌비를 오가는 사이 문제해결의 주체인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는 현실적 대안부재를 이유로 주민 인천지역 주민반발을 잠재우는데 에너지를 소모해 왔다. 더 이상 '잃어버릴 시간'이 없다. 2600만 명이 살아가는 수도권에서 나오는 쓰레기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이다. 여론의 딜레마 속에 '게임체인저'가 절실하다.따라서  쓰레기를 처리의 대상에서 재화 창출로 시선을 혁신하고 재테크를 위한 신기술의 출현을 소개한다.

미디어펜은 이번 연재를 통해 데드라인은 임박했으나 언론의 관심마저 멀어진 수도권매립지의 정책당국, 정치권, 기업, 여론의 최근 동향을 점검한다. 특히 변화한 쓰레기 패러다임을 소개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세부적인 개선 방향 및 시민·기업·지자체·정부가 각각 해야 할 액션플랜이 제시될 것이다. 국내·외를 넘어 쓰레기 처리 및 에너지화에 선도적인 지구촌 사례를 통해 혜안을 얻고자 했다. 기획시리즈는 '8+α'로 구성됐다. [편집자주]

[쓰레기, 미래를 묻다④]첨단기술, 폐기물 패러다임 바꾸다…쓰테크로 돈 버는 기업들
   
[미디어펜 특별취재팀=조성준 기자] 쓰레기 재활용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하는 쓰테크(쓰레기+재테크)혁신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해 분리수거를 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친환경 분리수거 시스템을 만든 업체부터 AI와 로봇(RT) 기술로 쓰레기를 물질 별로 분리하는 기술까지 혁신 기술이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쓰레기는 이제 더 이상 생산과 소비 후 남은 찌꺼기가 아닌 새로운 자원으로서 순환경제의 한 축이 돼 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재활용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환경부의 '환경통계연감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1년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은 59.5%에 불과하다.

물질 별로는 종이가 47.7%로 가장 낮았고, 플라스틱 역시 55.8%로 전체 재활용률 대비 저조했다.

   
▲ 폐기물 재활용 실적 및 업체현황./그래픽=권동현 기자 제작

이 마저도 상당 부분은 최종 단계인 소각 시 발생하는 열을 에너지화한 ‘에너지 회수’까지 포함한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플라스틱이 플라스틱으로 다시 쓰이는 식의 재활용률은 훨씬 낫다.

그린피스가 지난 2019년 장용철 충남대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에너지 회수를 제외한 국내 실질적 재활용률은 22.7%에 불과했다.

쓰레기 재활용의 시작은 분리수거다. 제대로 분리수거된 쓰레기들은 재활용의 첫 단계인 물질적 재활용의 전제 조건이 된다.

AI를 재활용에 도입한 소위 '쓰테크(쓰레기+재테크)' 업체들이 가진 문제 의식은 여기서 시작됐다. 화학적 재활용 등 고도의 단계를 거치기 전에 우선 분리배출이 제대로 돼야 한다. 기술의 힘을 빌려 쓰레기 선별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사무실에서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가 재활용 분리배출함 ‘오늘의 분리수거’를 직접 시연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쓰레기 잘 버리면 포인트 제공…'쓰레기=돈' 시대 개막

오이스터에이블은 분리배출에 AI와 사물인터넷(IoT)을 도입한 대표적인 스타트업(Start-Up)이다. 

2016년 쓰레기 분리배출 앱인 '오늘의 분리수거'를 시작으로 매장 내 다회용기 관리 시스템인 '랄라루프'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는 대학 시절 건축과 도시공학을 전공하며 평소 도시에서 해결하기 가장 어려운 문제로 교통과 환경 문제라는 인식을 했다고 한다.

배 대표는 "교통이야 워낙 다양한 기업들과 솔루션들이 나와 있지만 쓰레기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며 "더러운 것을 잘 치운다는 기존 방식에서 재활용을 잘 하자는 고민에서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쓰레기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서 시민 참여가 굉장히 중요한데, 시민의식을 강조하는 등 당위적인 구호들만 외치는 것이 현실이었다"며 "작은 참여에도 보상을 제공하고 환경 보호에 동참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구조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늘의 분리수거'는 사용자가 플라스틱 페트병, 캔, 우유팩 등을 지정 배출함에 분리 배출하면 개당 10포인트를 지급한다. 지급받은 포인트는 애플리케이션 내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입하거나 기부할 수 있다.

'오늘의 분리수거' 배출함은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전국 아파트, 대형전시장, 공항 등에 750여 대가 운영 중이며, 월 활성 이용자는 1만5000명, 누적 가입자는 8만 명이다. 업체 측은 연말까지 1000대 이상의 배출함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가 다회용컵 반납기 '랄라루프'를 직접 시연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랄라루프'는 매장에서 다회용기를 보관하고 세척, 운반하는 시스템이다. ‘랄라루프는 2021년 서비스를 시작으로 서울, 제주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을 중심으로 보급돼 있다. 

사용자는 다회용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환급 받으며, 스타벅스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적립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융합기술(AIoT)을 통해 다회용기를 선별·분리해 회수율을 높였다. 오이스터에이블은 다회용컵의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SK텔레콤과 기술제휴를 통해 AI 엔진을 개발했다.

업체 측은 달콤커피, 할리스 등 다른 커피 브랜드 매장에도 '랄라루프' 설치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오이스터에이블의 분리배출 시스템은 AIoT를 활용해 무인으로 운영하되 사용자에게 포인트를 지급해 분리 배출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는 것을 작동 원리로 하는 셈이다.

오이스터에이블은 친환경 관련 12건의 특허등록 및 출원 기술을 가지고 있다. 분리배출에 초점을 둔 다양한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 지난해 8월 제 15 회 폐기물-자원순환산업전(RETCH)에서 ACI의 인공지능 분리수거 로봇 '닥터B(Dr.B)'가 전시된 모습./사진=ACI 제공

페트병·캔·종이 쓰레기, 사람 대신 'AI 로봇팔'이 골라내

수거된 쓰레기를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분리하던 시대는 이제 과거 이야기가 되고 있다. AI와 로봇기술이 접목된 쓰레기 선별 시스템이 국내외에서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폐기물 선별장비 생산, 폐기물 선별공정 설계 전문회사인 ACI, 에이트테크(AETECH)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현수 ACI 대표는 과거 국내 한 석유화학 회사에서 코카콜라와 펩시, 에비앙 등에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한 업무 경험이 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을 높인다면 사회적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2004년 창업했다.

ACI가 개발한 '닥터B'는 심층학습(딥러닝) 기반의 AI가 쓰레기를 분석해 재질, 용도, 형태별로 58종의 쓰레기 분류가 가능한 쓰레기 선별 로봇이다.

컨베이어 벨트 위를 지나가는 각종 쓰레기들을 마치 사람이 집어내듯이 정확하게 식별해 분류 작업을 수행한다.

ACI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물론 폐 종이, 플라스틱 필름(비닐), 알루미늄 및 철 소재 캔 등 일상 생활에서 발생되는 대부분 쓰레기를 분류할 수 있다.

   
▲ 에이트테크의 인공지능 분리수거 로봇 '에이트론'이 쓰레기 분리수거 현장에서 시연하는 모습. /사진=에이트테크 제공

2020년 설립된 에이트테크도 폐기물 선별 로봇 '에이트론'을 개발하고 상용에 필요한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태형 에이트테크 대표는 캐나다에서 환경과학과 지질자원학을 전공하면서 쓰레기의 자원화라는 친환경 솔루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도시에서 배출되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도시광산'이라는 개념으로 바라보고, 재활용 혁신 기술을 통한 친환경 사업을 업으로 삼게 된 것이다.

박 대표는 "AI 기반 로봇이 인간의 수작업을 대체하면 선별 속도는 240% 향상, 작업 시간은 126% 효율화, 선별 비용은 279%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트론은 사물 인식(Object Detection) 기술과 사물 분석(Object Analysis) 기술로 쓰레기를 신속하게 분류할 수 있다.

인식, 분석, 감시, 선별, 전환의 프로세스로 분류 작업을 진행하며, 페기물 재활용 사업 현장에서 수집한 10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있다.

에이트테크는 에이트론 판매를 확대하고, 이를 활용한 로봇 자원순환센터를 인천에 구축하고 있다. 또한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협소한 국토에 인구밀도가 높고 GDP가 높은 아시아 지역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처럼 쓰레기 재활용을 사업모델로 삼는 '쓰테크'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산업계에서 폐기물을 바라보는 패러다임 대전환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석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전무는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 선언이후 탄소중립을 향한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며 "탄소 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로 인해 쓰레기 생애 주기에 관여하는 처리시설들이 에너지 생산시설과 같은 기능을 하는 곳으로 전환돼 가고 있다. 바야흐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 동안 비용을 들여 처리해야할 문제로 인식되던 쓰레기 재활용이 수익 가능성을 보이고 있으나 민간영역의 진출을 적극 유도하기 위한 친환경 사업의 토대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정책을 주도하는 정부와 각종 법안으로 지원해야 할 국회의 적극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탄소중립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 조성을 통한 쓰레기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는 '쓰테크 시장'의 전향적 확대가 기본이며 이를 위한 국가적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

배태관 오이스테에이블 대표는 "재사용 시장이 아직은 초기 시장이다 보니 경제성이 많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며 "사실 재활용보다 일회용품이 더욱 저렴해 민간영역에만 시장을 맡기면 생태계 조성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관 부처나 자치단체가 관할 지역이나 관공서 등에 쓰레기 재활용을 위한 다양한 장소를 제공한다든가 친환경 사업체에 대한 세제 혜택·인센티브 제공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공성을 추구하는 사업인 만큼 당국이 예산 편성 등 정책 지원을 늘리고 친환경 재활용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면 기업들의 참여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