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30원 8.1% 인상 역대 최고…자영업자·알바 '모두의 지옥'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최저임금 시급인상…자영업자 알바, ‘모두의 지옥’ 연출

6개월 뒤부터 최저임금 시급은 450원 올라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근로자들은 시간당 6030원을 받게 된다. 올해보다 8.1% 오른 수준으로 월급 126만원을 의미한다. 8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2차 전원회의에서 의결된 최저임금 인상안은 지난해 결정되었던 7.1%(370원)보다 1% 포인트 높다. 노동자측은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했고 사용자측이 동결(5580원)을 내세운 가운데 이번 2015 인상안은 역대 최고 인상률을 기록하며 최저임금은 최초로 6000원을 돌파했다.

최저임금은 지난 14년간(2001~2014년) 1865원에서 5210원으로 3.2배 상승하면서 연평균 8.9%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동일기간 명목임금인상률 3.8% 대비 2.3배 높다. 물가상승률 2.9%보다 3배 이상 높고, 노동생산성 증가율 4.7%의 2배에 가깝다. ‘최저임금’이라는 임금 하한선이 정당하다고 가정한다 해도, 임금인상률 물가상승률 및 노동자들의 생산성 증가율 보다 2~3배 가까이 높아졌다는 것은 (이룬 것은 없으면서 돈을 더 달라고 떼쓰는) 월급도둑과도 같은 처사다.

매년 연말 벌어지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대량 해고 사태는 최저임금제의 단면을 드러낸다. 이는 오래 전부터 벌어지던 일상적인 얘기도 아니다. 불과 8년 전 얘기다. 2007년 아파트경비원이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으로 편입되자 전국 곳곳의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들의 대량 해고 사태가 속출했고, 당시 일자리를 잃은 아파트경비원들 다수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했다.

   
▲ 4월 12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사무실에서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 계획을 말하고 있다. 이로부터 석달 뒤인 지난 7월 8일 2015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이 확정되었다. 8.1% 오른 6030원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되었으며 이는 2016년부터 시행된다.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의 문제는 월급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 입장에서만 생각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위원회라는 곳에서 최저임금을 6000원 말고 8000원으로 올리든 1만원으로 올리든 결과는 같다. 어디서든 최저임금 이상의 생산성을 올리지 못하는 직원(혹은 알바)는 일자리를 잃는다.

월급을 주는 사람, 사장(혹은 자영업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회사 매출이나 수익은 그대로이거나 불확실한데 직원들에게 주어야 하는 인건비가 갑자기 5~8% 늘어난다. 5명으로 하던 일은 4명으로 줄여서 감당하기 시작한다. 알바를 고용하는 자영업자나 생산성 낮은 중소기업의 경우 현실은 가혹하다. 최저임금제의 새로운 인상안이 적용되는 연말, 연초 대거 해고사태가 벌어진다. 이는 아파트 경비원, 미용실 식당 PC방 알바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연출된다.

시간당 3000원으로도 일하겠다는 사람들의 일자리는 10년 전 없어졌다. 2005년 최저임금이 3100원으로 오르면서 말이다. 5000원을 받아도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는 작년부터 없어졌다. 내년부터 6000원만 받으면서 일하려는 사람들의 일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최저임금이 6030원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 윤서인 작가의 프리미엄 조선 웹툰 ‘조이라이드’ 40회의 한 장면. “최저임금에 대해 관점을 달리 해보라”는 윤서인 작가의 생각이 묻어난다. /사진=프리미엄 조선 웹툰 ‘조이라이드’ 그림 캡처

매년 강제적으로 정해지는 최저임금 시급인상으로 인해, 소위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 모두가 더 많은 임금을 받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최저임금 시급인상의 함정은 두 가지다. ‘낮은’ 임금이라는 것은 일각에서 바라보는 상대적인 관점일 뿐이고 받는 그들에게 실제로는 ‘높은’ 임금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창출해내는 부가가치나 수익에 비교해서 그들이 받는 월급은 과분하다는 지적이다. 둘째, 그러한 임금을 받던 사람들 모두가 더 많은 임금을 받지 않는다. 그들 열 중 하나나 둘은 일자리를 잃는다.

최저임금 시급인상은 자영업자와 알바 모두에게 지옥이다. 원리는 단순하다. 한 달에 한 번씩 월급을 마련하고 누군가에게 주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최저임금 시급인상?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절름발이 사고방식이다.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는 최악의 경우 가게 문을 닫을 것이고, 최저임금 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던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을 뿐더러, 자영업자와 근로자 가족들 모두 경제적 궁핍에 처할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려서 해결될 문제라면 이미 지상천국이 도래했을 것이다. 현실을 깨닫자. 최저임금 시급인상은 지상천국이 아니라 지옥도를 연출하고 있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최저임금을 지적했던 알바몬 광고. 최저임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킨 광고였다. /사진=알바몬 광고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