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암 표적 돌연변이 진단 기술 갖춰 HLB헬스케어 등과 시너지 높아
유전병 치료 핵심 소재인 ‘PNA’(펩타이드 핵산) 글로벌 독점 판매
코로나 이후 헬스케어 시장 M&A 급증…암ᆞ유전자 진단기업 각광
[미디어펜=김태우 기자]HLB컨소시엄이 유전병 치료 소재개발 및 암 진단 전문기업 파나진을 인수하며, 암 진단사업 강화에 나선다. HLB헬스케어사업부, HLB생명과학 메디케어사업부를 통해 이미 진단키트 하드웨어 생산 능력을 갖춘 HLB그룹은, 이번 인수로 유전체 분석기술 소프트웨어까지 갖추게 돼 암 진단부터 치료에 이르는 전방위적 핵심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다.    

파나진은 21일 공시를 통해 HLB를 주축으로 HLB바이오스텝, HLB테라퓨틱스, HLB이노베이션, HLB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HLB컨소시엄에 30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별도로 노마드4호 조합 등이 FI(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해 266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한다. HLB가 해당 CB에 대해 30%의 콜옵션 권리를 갖고 있어, 향후 행사 완료 시 HLB그룹은 최대 22.94%에 이르는 파나진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암 진단 분야는 생체 변화와 약물에 대한 반응 정도 등을 알려주는 핵심 지표인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유전자 분석기술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환자마다 유전적 상황이나 암의 변이상태가 다른 만큼, 환자마다 다르게 발현하는 바이오마커를 정밀하게 측정해 최적의 항암요법을 적용하는 것이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 HLB CI.


파나진은 바이오마커를 타깃한 분자진단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다. 지난해 유한양행과 파트너쉽을 구축해 폐암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에 대한 오리지널 동반진단 의료기기(파나뮤타이퍼 R EGFR) 개발을 진행 중이며, 올해 초에는 자사 제품인 ‘온코텍터 KRAS 돌연변이 검사 키트’가 식약처로부터 비소세포폐암(NSCLS) 표적치료제 ‘루마크라스’ 처방을 위한 동반진단 의료기기(3등급)로 품목 허가를 받기도 했다.

동반진단이란 표적치료제의 대상 환자를 사전에 선별하는 검사로, 환자의 유전자나 단백질의 발현량,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 등을 미리 검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표적치료제와 동반진단 의료기기가 같이 개발되고 함께 허가를 받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반진단 시장은 항암제 시장이 크게 확대되며 동반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동반진단 시장은 2019년 25억6,420만 달러(약 2조9,000억원)에서 연평균 성장률 26.49%를 보이며 2024년에는 83억410만달러(약 9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PNA’(펩타이드 핵산) 기반 진단 및 신약소재 사업은 세계적으로 독점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PNA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인식해 결합하는 인공소재로, 유전병 환자의 유전자를 교정하는데 쓰인다. 꿈의 기술로 불리는 유전자 편집 기술인 일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에 비해 더 단순하고 편리해 각광받고 있다. 파나진은 PNA 기반 신약연구용 소재와 진단키트를 세계 50개 국가에 공급하며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췄다.   

한편 바이든 정부의 ‘캔서문샷’ 프로젝트의 세부 목표로 암 조기 검진 등이 포함되며 글로벌 진단기기 시장의 성장속도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최근 의료기기 회사 인수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LG화학의 진단사업 부문 인수를 위한 SPA(주식매매계약)를 지난 9일 체결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진단기기 생산력을 갖춘 HLB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미충족 치료 수요가 높은 난치성 암종에 대한 동반진단은 물론, 유전자질환, 감염질환 등 다양한 분야의 독자적 진단기기 개발 능력을 갖추게 됐다. 리보세라닙의 간암치료제를 비롯 그룹 내 주요 파이프라인의 개발이 순항하고 있는 만큼, 항암제 개발에 이어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그룹 전반의 중장기 성장과 기업가치 개선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한편, HLB의 인수로 최근 창업자와 주주연대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파나진의 내분도 점차 정리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진 창업 초기부터 20여년간 회사에 투자해왔으며 주주연대를 구성하여 경영권을 확보한 파나진 김명철 대표는 "주주연대가 경영권을 확보한 것은 기업의 소유목적이 아니라 투명한 경영을 통해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도록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며, "HLB의 사업역량과 다양한 해외 네트웍이 작동한다면 파나진의 진단기술이 세계시장에서 크게 빛을 볼 것이라 확신하였기에, 경영권 및 최대주주 지위를 양도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HLB는 미국의 애보트그룹의 진단키트 공급업체로 선정되어 있고, HLB생명과학의 메디케어사업부 또한 로슈, 애보트등과 영업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HLB의 파나진 인수 후 분자진단 분야에 대한 세계시장 진출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HLB그룹 투자와 M&A를 총괄하는 임창윤 부회장은, "창업자인 김성기 전 대표가 구축한 분자진단 기술은 가히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한다"며, "M&A라는 것이 기술과 인력과 자본을 잘 통합하여 가치를 높여 나가는 방식인 만큼, 김성기 전 대표를 포함, 기존 임직원들이 축적한 세계 최고의 기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HLB의 전사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