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법치주의 이념 잘 담아내는 '언어의 그릇' 찾아야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9일 정명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4차 정명토론회의 주제는 <공정거래법 용어가 불공정하다-공정거래법 용어의 정명(正名)>으로, 법률에 까지 침투하고 있는 잘못된 용어 사용 실태에 대한 점검과 바른 용어 사용에 대한 제안이 이어졌다.

발제를 맡은 전삼현 교수(숭실대학교 법학과)는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와 개념들은 국민들에게 혼돈과 편견을 심어줘 자유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도록 할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 교수는 행정규제법으로 전락한 공정거래법의 용어가 법률용어로서의 중립성을 잃은 채 순리대로 통하지 않으면 행정처벌등과 같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가 오히려 국민들에게 불확실성을 제고하는 악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래는 전삼현 교수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정부는 1980년 12월 31일 법률 제3320호로 제정하여 1981년 4월 1일 시행한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함)”은 그 입법취지에서 “경제운용의 기본방향을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점차 전환하되, 민간기업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체제를 통하여 창의적 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 권익도 보호하는 건전한 경제질서의 확립을 위하여 “독과점의 폐단은 적절히 규제”한다는 헌법 정신에 따라 이 법을 제정하려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즉, 경제운용을 민간주도로 전환하기 위하여 공정거래법을 제정하고, 독과점의 폐단을 적절히 규제하기 위하여 자유로운 경쟁체제를 확립하고 소비자 권익도 보호하는 건전한 경제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경제민주화 입법 이후 공정거래법이 이러한 입법취지에 부합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들이 많다. 더욱이 경쟁법에 속하는 공정거래법을 격차해소의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정치권의 의도에 따라 여론몰이용 자극적인 용어들이 언론을 통하여 분출되면서 공정거래법상의 법률용어들이 본래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의 제정취지와 입법목적을 고려하여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들이 적정한지 검토해 보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유지하는데 매우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고려해야할 것은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은 다른 나라국가들과는 달리 하도급 불공정거래행위를 직접규율하지 않고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이하 ’하도급법‘이라 함)”를 별도로 제정하여 운용하고 있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을 검토함에 있어서는 하도급법 역시 같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이 지난 2015년 1월 28일(수) 오후 2시 30분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정명(正名)토론회 - 바른 정책은 바른 용어로부터(기업, 교육, 재정분야의 바른 용어)>에서 “공자의 정명(正名)사상”을 언급하면서 공자의 “반드시 이름을 바로 해야 한다.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언어가 순리로 통하지 않고, 언어가 순리대로 통하지 못하면, 그 어떤 일도 성사되지 않는다.

일이 성사되지 못하면 문화도덕이 일어나지 못하고, 문화 도덕이 일어나지 못하면 어떤 형벌도 맞지 않는다. 형벌이 맞지 않으면, 백성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른다. 이 모두 이름을 바르게 하지 않는데서 오는 것이다.” 라는 말을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행정규제법인 공정거래법의 언어가 순리대로 통하지 않으면 행정벌 등과 같은 공정위의 조치가 국민들에게 불확실성을 제고하는 악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공정거래법상의 용어들은 대부분이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용어라는 점에서 그 순리를 따지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이러한 공정거래법상의 법률용어들을 새로이 변경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대의 변화로 인해 법률적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가 필요한 용어들이 있으며, 법률상 용어는 타당하지만,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언어, 즉 언론이나 정치권 등에서 표현하는 용어들에 대한 정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법률상 용어이지만 수정이 필요한 경우와 언론이나 정치권 등에서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상의 용어를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들로서 수정이 필요한 용어들을 구분하여 그 타당성을 검토해 보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법률적 용어 “독점”의 정명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명은 용이치 않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큰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독점(monopoly)이라는 용어에 대하여는 새로운 각도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5년 2월 17일 자유경제원 주체 토론회에서 “사적 독점이 아니라 정부가 생산한 독점이 문제”라는 주제로 신중섭 교수가 발표한 원고에 따르면 신교수는 독점을 세가지로 구분하였다. 규제가 없는 사적 독점, 정부가 규제하는 사적 독점, 정부 운영이나 정부가 관계된 독점이 그 것이다.

   
▲ 공정거래법을 격차해소의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정치권의 의도에 따라 여론몰이용 자극적인 용어들이 언론을 통하여 분출되면서 공정거래법상의 법률용어들이 본래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 중에서 신교수는 정부 규제 또는 정부에 의한 독점의 해악이 크고, ‘규제 없는 사적 독점’의 피해가 가장 적다고 보았다. 특히. 규제 없는 사적 독점의 경우 역동적인 변화가 그 독점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논거로 아담 스미스가 “같은 업종의 사람들은 비록 오락이나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도 좀처럼 같이 만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일단 만나면, 그 대화는 항상 일반 대중에게 피해를 주는 공모나 가격을 올리려는 계략으로 끝을 맺는다.

정부의 비호를 받는 사적 담합은 폐해가 크지만, 정부의 비호가 없는 사적 담합의 폐해는 크지 않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은 사적 담합은 오래 지속될 수도 없다. 카르텔을 유지하는데 정부의 도움이 없다면, 카르텔은 아주 일시적으로밖에 성공할 수 없다.“고 한 내용을 인용한 바 있다.

즉, 애덤스미스는 정경유착이 사적 독점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하였으며, 정경유착이 없는 한 사적 독점의 폐해는 크지 않으며, 이를 법률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적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더욱이, WTO체제 출범 이후 각국의 무역장벽이 무너지면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면서 사실상 사적 독점 영역은 점차 그 자취가 사라지고 있으며, MS사의 엑스플로러 끼워팔기 판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독점 그 자체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거나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공정거래법은 사적 독점만을 규제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판단여부, 기업결합이나 담합, 경제력 집중 등으로 인한 경쟁제한성 여부도 사적 독점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공정거래법이 가장 폐해가 적은 독점만을 규율대상으로 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독점규제및공정거래법도 1980년 제정 당시부터 법명에만 독점이라는 단어가 존재할 뿐 법률 본문 어디에도 독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Antitrust Law”라고 부르며, 독일의 경우 경쟁제한방지법(Gesetz gegen Wettbewerbsbeschrankungen; GWB)이라고 명명하고 있으며, 단지 일본만 독점금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독점’이라는 용어를 법률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공정거래법상 법률명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독점’이라는 용어를 삭제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비법률적 용어의 정명

2015년 1월 28일(수) 오후 2시30분 프레스 센터에서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조동근 교수가 “기업분야 정명: 바른 용어 제언”라는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 이 발표문에서 조동근은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 분야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골목상권’, ‘대기업 독식’ 등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갑의 횡포’, ‘납품단가 부당인하’ ‘죽어나가는 하청업체’, ‘재벌의 탐욕’, ‘재벌의 권력화’ 등과 같은 용어 역시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정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다. 이와 관련하여 왜 이처럼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공정거래법 개정의 당위성을 정치권을 비롯한 언론에서 주장했는지 그 원인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자극적 용어사용 현상 분석

우리 헌법은 물론이고 각국의 헌법들이 천명하고 있는 민주주의란 민주주의적 이성에 기초한 시민민주주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소수의 가진 자와 다수 못가진자, 소수의 갑과 다수의 을, 소수의 대기업과 다수의 중소기업, 소수의 원사업자와 다수의 수급사업자, 소수의 대주주와 다수의 소액주주 등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한 후 소수그룹에 속한 자를 희생양으로 하여 격차를 해소시키고자 법적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입법노력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정치권은 이러한 격차해소를 위한 입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론몰이용 자극적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이해되며, 이런 경향은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처럼 자극적이고 왜곡된 용어를 사용하면서 공정거래법등을 개정하여 격차 해소를 추구했던 이유는 그 입법내용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법원칙에 위배되는 방향으로 입법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격차해소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새로이 규정된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순환출자금지 규정 등을 들 수 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로 인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고발권이 감사원·조달청 등으로 확대되면서 다툼의 소지가 있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도 검찰 고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입법례가 되었다.

또한 이번 개정을 통하여 '경쟁 제한성' 입증 없이도 계열사간 부당지원행위 처벌하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함으로써 향후 계열사간 부당지원여부가 전적으로 공정위의 판단에 맡겨지게 되었다. 그리고 계열사간 부당지원행위의 판단요건도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완화됨으로써 공정위의 재량적 판단의 범위가 확대되는 유례가 없는 법이 되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 역시 2014년 2월 14일부터 발효되는데, 이 규제는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지분이 20%(비상장사)나 30%(상장사)를 넘는 계열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을 공정거래법상의 부당행위로 간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경쟁제한성이 없는 거래도 일괄적으로 규제한다는 점에서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한국만의 경쟁법이 되었다.

   
▲ 결과의 평등이란 사회주의 체제에서나 용인되는 이념적 용어라는 점에서 격차해소를 목적으로 공정거래법 등의 개정을 주장하면서 격차해소를 호도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격차해소가 법률로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도급법도 개정되었는데, 이에 따르면 원사업자의 납품단가 부당감액, 부당반품, 부당발주취소 행위에 대해 3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기로 하였으며,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협상권이 부여되었다.

결국, 전세계적으로 징벌배상제를 성문법으로 명문화한 국가, 특히 경쟁법에 징벌배상제를 도입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결국,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격차해소형 경쟁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명분을 확보하고자 자극적인 용어를 통하여 공정거래법의 용어들을 가공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해소,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의 격차해소를 위해 일괄적으로 시장배분적 규제를 심화시키도록 호도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 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는 헌법에 의하여 국민에게 보장되는 사적자치의 원칙과 재산권 보장원칙 등을 희생시킨 대표적인 반헌법적 입법이며, 이를 정당화시키기 위하여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반헌법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격차해소 차원에서 시장배분적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입법추진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정면 위배되는 반헌법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첫째, 공공복리에 반하는 입법을 마치 공공복리에 기여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입법 방법의 적정성에 위배되는 반헌법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보다 덜 기본권 침해적 방법으로 공공복리를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층 간의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일명 갑들을 엄격히 통제하는 입법안을 호도하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하는 반헌법적 용어사용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자유시장경제질서와, 사적자치의 원칙과 같은 헌법상의 기본적 가치들에 대한 희생을 무릅쓰면서까지 사적 자치를 제한해야 할 공공의 필요성이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분을 조장하는 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입법의 당위성을 호도하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격차해소 해소의 정당성 검토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점차 심화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는 평등사회가 답이라는 주장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격차해소가 결과의 평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회의 평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경제민주화 입법의 취지를 보면 결과의 평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결과의 평등이란 사회주의 체제에서나 용인되는 이념적 용어라는 점에서 격차해소를 목적으로 공정거래법 등의 개정을 주장하면서 격차해소를 호도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격차해소가 법률로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소득격차는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불가피한 현상이기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빈부격차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보다는 투자와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DJ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던 시장배분적 규제를 통한 격차해소 정책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내용이다. 특히, 공정거래법을 기업격차해소의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제민주화 찬성론자들의 주장은 허구일 수 있다. 즉,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기업격차가 당연한 결과로서 정부가 이를 부정하고 대중소기업간 이분법적 규제를 가하는 경우 오히려 기업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 경제적 · 사회적 ·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1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등권은 “법 앞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지 격차 해소를 헌법적으로 보장한 것을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헌법 제11조 제1항의 법 앞의 평등과 제31조의 교육평등, 양성평등 모두 기회의 균등을 의미하는 것이지 결과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DJ 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우리 정부의 시장 배분적 규제는 헌법상의 평등을 “결과의 평등”으로 잘못 해석한 오류를 범한 위헌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격차해소를 위한 “결과의 평등정책”, “경제성장을 도외시한 격차해소 정책”, “대기업과 증소기업간의 2분법적 격차해소정책” 모두는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점차 약화시키는 정부 주도의 정책들이었다.

그리고 우리 경제는 점차 동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최근 현저히 나타난 청년층 일자리 축소, 국내투자 감소 및 해외투자 증가, 성장률 둔화 등과 같은 빈곤의 악순환 구조에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격차해소를 주도하기보다는 시장이 주도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며, 구체적으로는 시장배분적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국, 우리나라는 ‘일감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갑의 횡포’, ‘납품단가 부당인하’ ‘죽어나가는 하청업체’, ‘재벌의 탐욕’, ‘재벌의 권력화’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하도급법을 통한 시장배분적 규제를 심화시키기 위해 공정거래법 등의 개정을 유인하는 자극적인 비법률적 용어들의 정명이 필요하다.

비법률적 용어에 대한 정명 방안

조동근교수가 지적한 대로 우리나라는 ‘일감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갑의 횡포’, ‘납품단가 부당인하’ ‘죽어나가는 하청업체’, ‘재벌의 탐욕’, ‘재벌의 권력화’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을 통한 시장배분적 규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은 선진국가 중 어느 나라도 택하고 있는 않는 소유집중과 일반집중 억제정책을 펴고 있으며, 하도급법은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원사업자 일방적 규제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하도급법 제1조를 보면 그 입법목적을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둘째는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하도급법의 모델인 일본의 하청대금지불지연등방지법 (1956년 제정)의 경우에는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가 대응한 지위를 서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하도급법을 제정한 것이 아니라 수급사업자가 사업자로서 최소한 보장받아야 할 사항들에 대하여서만 법이 강제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도급법은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원사업자에게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법위반 행위에 대하여 하도급 대금의 2배 벌금, 2배 과징금, 시정명령 등을 받게 됨은 물론이고, 추가로 기술탈취 및 이용의 경우에는 수급사업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징벌배상 책임을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반면에 일본은 단지 권고와 50만 엔 이하의 범칙금만 부과하고 있도록 되어 있다. 독일도 부당하도급행위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만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도 부당이득환수만을 명하며, 과징금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지는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우리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상의 대기업과 원사업자에 대한 제재는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감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갑의 횡포’, ‘납품단가 부당인하’ ‘죽어나가는 하청업체’, ‘재벌의 탐욕’, ‘재벌의 권력화’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을 통한 시장배분적 규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것은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글로벌기업을 탄생시키는 커녕 그나마 존재하는 글로벌 기업의 수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더 이상 시장배분적 규제를 촉진하는 용어대신 최소한으로나마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구체적으로는 ‘일감몰아주기’는 ‘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법률에서 사용하는 바와 같이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으로, ‘갑의 횡포’ ‘원사업자의 지위남용’, ‘납품단가 부당인하’는 ‘하도급대금 감액’으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죽어나가는 하청업체’, ‘재벌의 탐욕’, ‘재벌의 권력화’ 등은 부적절한 용어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조동근이 지적한 대로 ‘일감몰아주기’는 계열사간 또는 특수관계인간 거래를 의미하므로 그의 제안대로 ‘내부거래’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골목상권이라는 용어는 상법 제9조에서 언급하고 있는 소상인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며 ‘대기업독식’은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변경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결어

우리나라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 전두환 전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신군부가 12·12군사정변을 일으킨 후 1980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을 제정하여 시장배분적 규제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기업규제가 위헌논란이 제기되자 1987.10.29 헌법 개정을 통해 경제민주화 조항 신설 한 후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하였으며, 그 이후부터 기업경영에 대한 법률적 시각에서 큰 변화를 가져 왔다. 즉, 헌법 제119조 제2항이 신설된 이후부터 기업정책관련 법제도는 물론이고, 사회전반에 걸쳐 시장배분적 규제가 정당화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글로벌시장에서의 극심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기업들의 발을 묶고, 오히려 경쟁력제고보다는 국가에 의존하여 생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는 경제정책은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기업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주범이 된다고 본다.

따라서 기업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기 보다는 오히려 시장에 맡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기업간격차 해소를 위하여 시장배분적 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반시장적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의 용어들에 대한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