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인종차별적인 대화를 해 논란을 일으킨 프로축구 울산 현대 소속 선수들이 징계를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인종차별 관련 선수들에 대한 징계를 논의한 끝에 박용우, 이명재, 이규성에 대해 각각 1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1500만원의 징계를 결정했다. SNS 대화에는 참가했지만 직접 인종차별적 언급을 하지 않은 정승현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은 지난 10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울산이 5-1 대승을 거둔 후 이명재의 인스타그램에서 이날 이명재의 활약을 칭찬하는 과정에서 인종차별 글을 올렸다.

   
▲ 울산 현대 주장단 선수들이 SNS를 통해 인종차별적 대화를 나눠 징계를 받았다. /사진=울산 현대 제공


이규성이 피부가 까무잡잡한 이재명의 외모에 빗대 "동남아시아 쿼터 든든하다"고 했고, 박용우는 "사살락 폼 미쳤다"고 했다. 사살락은 전북 현대에서 뛰었던 태국 선수다. 정승현이 "기가 막히네"라는 글을 올리자 이명재는 "너 때문이야 아시아쿼터"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들 4명의 선수들은 모두 울산의 주장단이다. 정승현이 주장, 그 외 3명은 부주장을 맡고 있다.

외모를 동남아시아 출신 선수와 비교하며 주고받은 이 농담은 인종차별 발언에 해당해 많은 팬들의 지적과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이명재는 게시물을 삭제했고, 박용우와 울산 구단은 사과했다.

프로축구연맹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사안이라고 보고 이날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결정한 것이다. 해당 선수들은 이날 상벌위원회에 참석해 소명을 하고 사과했다. 연맹은 울산 구단에도 선수단 관리 책임을 물어 제재금 3000만원을 부과했다.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인종차별과 관련해 상벌위가 열리고 징계를 한 것은 처음이다.

프로연맹 규정에 따르면 인종차별적 언동을 한 선수는 1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 1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경기만 출장정지 처분을 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축구연맹은 "선수들이 특정 인종이나 개인을 비하, 모욕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건 아니지만, 피부색과 외모 등 인종적 특성으로 사람을 구분하거나 농담 소재로 삼는 행동 역시 인종차별이나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하면서도 "차별적 인식이 내재한 표현을 SNS에 게시한 경우에 대한 해외 징계 사례를 참고했다"며 징계 수위가 낮아진 이유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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