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관공, 기업 기후변화 적응 가이드라인 제시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지난 2011년 태국은 대규모 홍수 사태로 인해 자국 산업계에 총 450억달러(약 51조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돈므앙 국제공항은 6개월간 운항이 중지됐고, 1700개의 도로가 유실되거나 파손돼 복구비용으로 45억달러가 소요됐다.

특히 당시 전세계 하드디스크 45%가 태국에서 생산됐는데, 홍수로 인해 그 가격은 2배로 폭등했다. 하드디스크 생산업체 웨스턴디지털사의 경우 홍수 피해액이 무려 2억3500만달러에 달했다.

   
▲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에관공)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업과 기후변화 적응’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미디어펜 고이란 기자

기후변화가 전세계 산업계에 끼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도 국가차원의 기후변화 위험관리와 기반체계 정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시작단계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업과 기후변화 적응’ 세미나를 열었다. 

양측은 이번 세미나에서 기업의 능동적인 기후변화 대응계획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한 ‘산업부문 기후변화 적응 진단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해 관심을 모았다.

기후변화 적응이란 기후변화로부터 받을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비해 긍정적인 영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방안을 수립하고 변화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집중호우 등 기후로 인한 국내 산업부문 피해액이 2000년대 9조9000억원으로 1990년 2조2000억원 대비 4배 증가했다.

지난 2011년에는 갑작스런 늦더위로 전력수요 전망보다 전력수요가 급증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고)사태가 발생했다. 500여 공장과 735만 가구 전력 공급이 중단돼 628억원의 피해를 끼쳤다.

지난해 제습기 판매시장도 2013년 대비 2배 성장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마른장마와 짧은 장마로 판매량이 30% 급감해 가전업계는 재고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지만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한 산업계의 인식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당장 눈앞에 닥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도 벅차다.

정부는 기후변화 대책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37%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산업계는 제반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온실가스 감축안 발표는 경제의 발목을 스스로 잡는 또 하나의 암덩어리 규제가 될 것이라 강력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기후변화로 인해 산업계가 받을 리스크 조사와 이에따른 대책마련은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무리한 온실가스 감축안은 서둘러 유엔에 제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미나에 참석한 각 분야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스스로가 미래 기후변화 영향에 효과적으로 관리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기업에 가장 중요한 원자재와 에너지 관련 지원사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대 환경에너지융합학과 전의찬 교수(전 한국기후변화학회장)는 산업부문 기후변화적응 가이드라인은 국가적으로 큰 그림을 새롭게 그려나가고 있고 아직 확정 되지 않은 실정이라며 “지금이 기후변화 적응 정책과 사업을 본격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좋은 시점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공고를 통해 기업의 기후변화 진단프로그램에 참여할 5개 기업을 모집할 예정이라며 “선정된 5개 기업과 지속적인 피드백과 현장심사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취약성을 평가하고 적응 메뉴얼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