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협업으로 간접 진출…'플랫폼 공룡' 등장에 고객이탈 우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네이버가 계좌연동 방식의 주식거래 서비스를 연내 추진하면서 국내 증권업계 긴장감이 제고되는 모습이다. 이미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개별종목 투자시 네이버의 분석화면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거래 서비스 플랫폼까지 구축되면 더 이상 증권사별 트레이딩시스템(HTS‧MTS)을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불안감이 생겨나는 모습이다.

   
▲ 네이버가 계좌연동 방식의 주식거래 서비스를 연내 추진하면서 국내 증권업계 긴장감이 제고되는 모습이다. /사진=김상문 기자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필두로 증권업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증권사와의 협업으로 주식거래 플랫폼에 계좌연동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네이버파이낸셜과 특별관계에 있는 미래에셋증권의 참여는 확정됐다.

업계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이르면 올해 3분기 말 모바일웹상으로 주식매매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고, 각 증권사 거래계좌를 연동해 네이버 플랫폼상에서 직접 주문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이러한 네이버의 방식은 과거 토스나 카카오가 증권사업에 진출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토스·카카오는 각각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이 직접 관련 인가를 받아 증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면서 별도의 MTS 없이 토스와 카카오페이 어플 안에 ‘증권’ 메뉴를 신설해 그곳에서 거래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는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실질적인 거래는 계좌가 연동된 각 증권사에서 이뤄지도록 한다는 점이 색다르다. 쉽게 말해 ‘플랫폼 공룡’인 네이버의 정체성에 맞게 이번에도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판’만 제공한다는 의미다. 일종의 간접 진출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선 증권사들의 긴장감은 상당하다. 일단 네이버의 이러한 방식은 네이버가 과거 쇼핑이나 부동산 사업에 진출한 방식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 사업에 진출할 때도 네이버는 간접적인 방식을 활용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고객과 업체 사이의 중간(중개) 과정을 네이버가 전부 삼켜버린 형국이 됐다.

증권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일단 증권 관련 네이버의 메뉴들은 이미 막강하다. 예를 들어 네이버가 각 종목별로 마련해 놓은 ‘종목토론방’은 다른 어떤 증권사 플랫폼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여론의 창구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기업개요나 재무정보 메뉴도 마찬가지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사용에 익숙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거래를 각 증권사 HTS·MTS로 할지라도 기업정보는 네이버를 통해 얻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네이버가 양질의 정보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만약 네이버가 훗날 어느 시점에 주식 주문거래까지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면 그때 가서 증권사들이 입을 타격은 상당히 크게 번질 수 있다. 각 증권사가 운영하고 있는 거래 프로그램(MTS·HTS)들이 궤멸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을 제외한 다른 증권사들이 네이버의 이번 결정에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네이버라는 공룡 플랫폼이 이번에도 성공한다면 핀테크의 새로운 성공사례가 될 것”이라면서도 “일본에서 네이버(라인)가 증권업·은행업에서 연이어 철수한 사례를 보면 기존 증권사들도 마냥 두려워만 할 일은 아닐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