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교육위...여 "킬러문항, 사교육 시장 키워"
야 "이슈로 이슈 덮기…수능 5개월 남기고 부적절"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여야는 27일 수능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제외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킬러 문항 배제를 통해 과도한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정치적 의도가 담긴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교육 현장의 혼란은 물론 수험생들이 혼란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출제된 언어영역 17번 문항을 제시하면서 "저는 이 문제를 봤을 때 과학 문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국어라고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 문제는 현장 교사와 수험생이 꼽은 대표적인 킬러 문항이다. 3분 안에 풀어야 한다는데 불가능하다"라며 "윤 대통령이 배제하라고 지시한 건 이런 문제다. 사교육을 통해 문제풀이 기술을 익힌 학생에게만 유리하기에 결국 사교육 시장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 6월 27일 국회 교육위원전체회의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참석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는 6월 모의고사평가 수리영역 22번 문제도 거론하며 "EBS가 (이 문제를) 가채점했더니 정답률이 2.9%였다"며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끌어내 고가의 사교육비를 지불하게 하고 학부모 등골을 휘게 만드는 구조다. 기사에는 '킬러 문항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킬링한다'는 댓글이 올라와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도 "(윤 대통령의 지시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문제를 풀도록 강요해 사교육을 조장하는 이 구조를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존재하지도 않는 혼란을 생성하거나 미미한 것을 침소봉대해 증폭시키는 것이야말로 비교육적"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킬러 문항' 발언이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답률도 공개하지 않고 문제 22개만 내놓으면 시험 본 지 오래된 일반 국민들은 '문제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효과"라며 "킬러 문항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킬러 문항 발언 이후)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언론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슈로 이슈를 덮은 것"이라며 "또 특목고·자사고·국제고 존치로 인해 사교육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는데, 이를 은폐하고 오로지 킬러 문항 때문에 사교육이 창궐하는 것으로 그렇게 몰아가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발언의 시기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교육부의 대입 입학전형계획은 4년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 전까지 공표해야 하는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바뀐다"며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수능 메시지를 직접 낸 것이 적절한가"라고 비판했다.

최근 '코인 거래'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은 "(킬러 문항 제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수능 변별력은 유지해야 한다"며 "킬러 문항을 제외한다고 하니 변별력을 우려해 논술·면접 사교육이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 대통령의 즉흥적 지시에 교육 정책이 왔다갔다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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