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지 판단 기준· 이의제기 절차 등 제시했지만 달라질 것 없어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그동안 모호했던 판단 기준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동일인제도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내놨다. 하지만 동 기준이 그동안 공정위가 실무적으로 사용해 왔던 지침인 만큼, 새롭게 동일인이 추가되거나 변경되는 사항이 없어, 결국 쿠팡 김범석 의장 동일인 지정 불발 등으로 야기된 불확실한 동일인 지정 기준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커지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내부 지침을 공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공정거래위원회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을 마련해 30일부터 7월 20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정안은 기업집단 시책의 준거점이 되는 동일인을 판단하는 기준 5가지를 마련하고, 2021년부터 실무적으로 운영돼 온 ‘동일인 확인 절차’를 명문화하는 한편, 동일인 확인 결과에 대해 기업집단의 이의제기 절차를 신설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5가지 동일인 판단 기준으로는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대표자로 인식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 등이다.

한 위원장은 “각 기준에 해당하는 자가 다를 경우 이 5가지 기준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며 “만약 기준에 부합하는 적절한 자연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집단의 국내 최상단회사 또는 비영리법인이 동일인이 될 수 있다. 또, 기업집단 측이 동일인 변경 의사를 표명하지 않더라도 공정위가 동일인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협의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권리를 제고하기 위해 공정위의 동일인 확인 결과에 이의가 있는 기업집단의 경우 공정위에 재협의(이의제기)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쿠팡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서 한 위원장은 “동 제정안은 동일인의 국적과 관계없이 동일인 판단 기준에 관한 일반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며 “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 마련에 대해서는 올해 기업집단 지정 시 실시한 외국국적 보유현황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충분히 협의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상기 5개 기준 중, 동일인 승계방침은 조금 예외적인 기준이다. 현재 동일인 승계방침에 따라 동일인으로 지정된 경우는 LG와 두산, LS 정도인데, 쿠팡 같은 경우에는 3가지 기준 요건은 충족하고 있어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볼 만한 실체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지만, 최고직위자 부분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일인지정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그러나 바로 이어서 나온 “‘이번 제정안에 따르면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볼 만한 실체를 갖추고 있다’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발언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한 위원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진 질문에서 한 위원장은 “통상 마찰 이슈 때문에 (쿠팡 김범석 의장을)동일인으로 지정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답하면서, 앞서 언급했던 ‘동일인 국적과 관계없이 판단기준의 일반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는 부분과 모순점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한 위원장은 사교육 부당광고 문제와 관련해서는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이 국민과 국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교육 시장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서 거짓 또는 과장광고로 불안심리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지난 22일 교육부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통합신고센터를 개설한 것과 발 맞춰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