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화약세 원인과 전망' 보고서
[미디어펜=백지현 기자]최근 엔화가 8년 만에 최저가를 갱신하며 투자자산 측면에서 엔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엔화약세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지속되겠으나, 당분간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며 원·엔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원화 가치가 일시적으로 반등한 점과 환차익을 목적으로 한 주식·예금 등 엔화자산 저가 매수 수요를 고려하면 소폭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 서울 여의도 소재 KB국민은행 딜링룸./사진=KB국민은행 제공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최근 엔화약세 원인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원·엔 환율은 8년 만에 800원대를 기록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 4월 27일 1002원을 기록한 이후 이달 19일에는 897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10년 엔화약세를 주도했던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4월 교체되면서 엔화가 일시적인 강세를 보였으나, 일본 통화당국이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하며 다시 약세로 전환한 것이다.

엔화약세의 주된 원인은 주요국과 엇갈린 통화정책과 무역수지 적자 등이 꼽힌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에 나섰지만, 일본은 나홀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며 통화 완화 기조를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보고서는 양적 완화 정책의 부작용과 관련해 "국가부채 수준(GDP대비 262.5%)이 가장 높은 일본은 긴축 정책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국채 관련 비용이 늘어나게 돼 통화정책 전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현재 일본은 생산 가능 인구 감소로 세수 감소와 연금·보건비 등 고령사회 유지비 증대로 국가부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양적완화 종료로 국채이자가 상승한다면 국채비 급등이 예상된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가격 하락에도 21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보고서는 "일본 수출입은 구조적 문제로 엔화약세가 무역수지 적자를 견인하는 구조"라고 분석한다.

일본의 수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자동차가 19.4%를 차지하는 등 전통산업 수출 비중이 높은 반면, 경쟁국 대비 ICT 등 첨단산업 수출 비중이 낮아 신산업에서 수출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입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전 가동중단으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며 엔화약세가 수입가격 상승, 무역수지 적자를 심화시켜 엔화약세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엔화약세가 국내 수출 기업 및 중간재 납품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일본 수출입 기업의 경우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수입) 기업은 환차손(환차익) 가능성이 있다. 

또한 최근 한일 양국의 수출 경합도는 대체로 약화됐으나, 수출 경쟁이 치열한 품목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보고서는 "일본은 중간재 수입 2위국으로 엔화약세로 일본 중간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국내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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