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의 채권형 랩·특정금전신탁(신탁) 업무실태를 점검하고 있다고 3일 발표했다.

   
▲ 금융감독원(사진)이 증권사의 채권형 랩·특정금전신탁(신탁) 업무실태를 점검하고 있다고 3일 발표했다. /사진=김상문 기자


작년 말 자금시장 경색으로 채권형 랩·신탁에서 대규모 환매 요청이 발생하자 일부 증권사가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로 고객의 투자 손실을 보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 이번 점검의 배경이라고 금감원 측은 전했다.

고객들은 단기 여유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채권형 랩·신탁에 가입하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이를 거래량이 적은 장기 기업어음(CP) 등을 편입·운용하는데 사용하는 '만기 불일치 운용 전략'을 쓴 점이 쟁점이다. 또한 운용·환매 과정에서 증권사는 연체·교체거래로 고객 손실을 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는 고객 계좌 간 연계·교체거래로 만기가 도래한 고객의 손실을 다른 고객에게 이전하거나 증권사 고유자금으로 고객자산을 고가 매입했다. 연계·교체거래는 계약 만기가 도래한 A 고객 계좌에 편입한 CP를 다른 증권사에 고가로 매도한 뒤 해당 증권사에서 만기가 유사한 다른 CP를 B고객 계좌로 매수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금감원 측은 “증권사 고유자금 활용은 고유자산으로 랩·신탁에 편입된 CP를 고가로 매입하는 방식이며, 대상 고객은 대기업·투자자가 대부분”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증권업계 영업관행은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을 훼손한 것으로 비판했다.

만기 불일치 운용으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유동성이 낮은 장기채권은 가격변동위험이 높아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함에도, 일부 증권사는 금리 인상에 따라 보유자산이 평가손실이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체거래 모니터링·이상 거래가격 통제 등을 수행하지 않고 고유재산을 활용해 손실보전 행위를 하는 등 내부통제·준법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점도 금감원의 지적 사항이다.

금감원은 이번에 점검을 완료한 증권사 외에도 위법을 저질렀을 만한 증권사를 추가로 선정해 업무 적정성을 점검할 방침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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