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자산건전성에 악영향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위축되면서 제때 빚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부동산 매수심리가 살아나면서 주택 관련 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위축되면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 24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677조 5122억원)보다 6332억원 늘어난 규모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급격한 금리인상의 여파로 올해 4월까지 꾸준히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5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주택 관련 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1조 4007조원으로 전월(509조 6762억원)과 비교해 1조 7245억원 증가했다. 이는 2조 3782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크게 증가한 규모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살아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여기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당국이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은행권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대출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가계대출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가계대출 연체율이 금융권 전반에서 오르면서 대출 부실 우려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현재 은행과 비(非)은행 금융기관에서 각각 0.30%, 1.71%에 이른다. 은행권 연체율은 2019년 11월(0.30%) 이후 3년 6개월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020년 11월(1.72%)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 연체율이 금융권 전반에서 상승하고 있다"면서 "최근 늘어난 가계대출 연체채권은 주로 취약차주로부터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취약차주는 전체 가계대출 차주수 및 대출잔액의 각각 6.3%, 5.0%에 불과하다. 하지만 하반기 중 신규연체차주와 신규연체잔액을 대상으로 보면 취약차주가 각각 58.8%, 62.8%에 달한다.

보고서는 "신규연체 취약차주 중 39.5%는 신규 연체잔액이 연간소득액을 상회하고 이어 최근 늘어난 연체채권의 상당 부분이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로 귀결돼 있다"며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및 자본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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