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버핏 효과' 지속…상반기에만 1740억원어치 순매수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워런 버핏이 포트폴리오에 ‘일본 증시’ 비중을 높인 이후 한국 투자자들도 모처럼 일본 주식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역대 최대 수준의 매수세가 일며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다.

   
▲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수준의 매수세가 일며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4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일본 시장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계속 커지고 있다. 결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한 것은 ‘워런 버핏 효과’였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2020년 8월부터 일본 종합상사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인 재보험사 내셔널인뎀니티는 일본 5대 종합상사주 비중을 평균 8.5% 이상으로 늘렸다고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밝히기도 했다. 반면 대만의 반도체 회사 TSMC의 비중은 줄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버핏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 모습이다.

여전히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의 경기가 조금씩 개선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점, 엔화가 압도적인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 등도 국내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소로 손꼽힌다. 워런 버핏이 지난 4월 일본을 직접 방문해 종합상사를 비롯한 일본 주식에 대한 ‘추가투자’ 가능성을 열어둔 점도 화제였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일본주식 매수 건수는 역대 최다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지난 3일 기준으로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30일(상반기)까지 국내 투자자의 일본주식 매수 건수는 4만4752건으로 전년 동기 2만6272건 대비 70% 급증했다. 이와 같은 상반기 매수 건수는 2011년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사상 최대치다.

월별 기준으로도 가파른 상승세가 관측된다. 지난달 매수 건수는 1만4494건으로 집계돼 역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아울러 5월에 기록한 직전 최대치 7757건을 한 달 만에 2배 가까운 수준으로 경신한 것이기도 하다.

건수만이 아니라 규모 측면에서도 매수세는 압도적이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올해 상반기 일본주식을 순매수한 금액은 1억3200만달러(한화 약 1741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동기(1000만달러) 대비 1220% 폭증한 수준으로, 2021년 상반기(3억4500만달러) 이후 약 2년 만의 최대치이기도 하다.

글로벌한 매수세가 일면서 일본 증시에서 미쓰비시(68.63%), 마루베니(67.30%), 미쓰이 물산(47.68%), 이토추(44.17%), 스미토모 상사(42.10%) 등 종합상사주들은 연초 대비 상당히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여전히 일본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 투자자라면 일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돋보인다”면서도 “단기 급등에 따라 추가상승 모멘텀은 둔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단, 하 연구원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주주환원 정책 변화에 따라 반도체‧고배당 ETF의 중장기 매력은 높다”면서 “소부장 기업 중심의 반도체 테마와 고배당주는 중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