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공탁 공무원 차원서, 1건 불수리·1건 반려 결정
외교부 “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 침해, 유례없는 일”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 "배상금 공탁 즉각 철회하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일제 강제징용 배상확정판결 원고 4명에 대한 공탁 절차가 시작하자마자 광주지방법원이 ‘불수리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의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지법은 지난 3일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공탁서를 접수하고, 논의 끝에 공탁금을 받지 않는 불수리를 결정했다. 법원은 피해자측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3자가 변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탁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외교부는 4일 입장을 내고 “광주지법 소속 공탁 공무원이 1건의 공탁에 대해 ‘제3자 변제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며 ‘불수리 결정’을 한 것은 공탁 공무원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자 헌법상 보장된 ‘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유례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런 판단의 근거로 대법원 판례(96다11747 전원합의체 판결)를 제시하며 “공탁 제도는 공탁 공무원의 형식적 심사권, 공탁 사무의 기계적 처리, 형식적인 처리를 전제로 하여 운영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또 “담당 공탁 공무원은 소속 다른 동료 공무원들에게 의견을 구한 후 ‘불수리 결정’을 하였는데 이는 공탁 공무원이 개별적으로 독립하여 판단하도록 한 ‘법원 실무 편람’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변제공탁제도는 원래 변제를 거부하는 채권자에게 공탁하는 것으로서 그 공탁이 변제로서 유효한지 여부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판단될 문제”라며 “정부는 이미 면밀한 법적 검토를 거쳤고, 공탁 공무원의 불수리 결정은 법리상 승복하기 어려워서 즉시 이의절차에 착수해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장군동상 앞에서 26일 열린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위한 공동행동에서 참가자들이 강제징용노동자상 모형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12.26./사진=연합뉴스

변제공탁제도는 원래 변제를 거부하는 채권자에게 공탁하는 것으로서, 그 공탁이 변제로서 유효한지 여부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판단될 문제란 것이 외교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광주지법은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공탁에 대해선 양 할머니가 이미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해 공탁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는 이유로 불수리 결정했고, 또 다른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의 경우 공탁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민법 469조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제3자 변제공탁 강행에 대한 소송대리인’은 3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안에 반대하는 이춘식(일본제철), 망 정창희의 유족(미쓰비시중공업)들은 정부안 발표 이후 재단과 피고기업을 상대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가 담긴 내용증명을 보냈다”면서 “재단은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피해자들의 채권에 관해서는 제3자 변제를 할 수 없다. 오늘 재단의 변제공탁은 채권자의 명확한 의사에 반하여 이뤄지는 것으로 변제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강제징용 지원단체는 4일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정부의 판결금 공탁 결정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공탁은 ‘돈을 놔둘 테니 가져가든 말든 알아서 하라’며 이 일에서 손을 떼는 것”이라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가볍게 취급하고 귀찮은 일 처리하듯 한데 대해 분개한다. 대일 굴욕외교를 중단하고 공탁 절차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면서 사실상 절차를 마무리할 의사를 내비쳤지만 이번 광주지법의 ‘공탁 불수리’로 ‘이의신청’ 등 불복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여기에 피해자측은 정부 해법에 대해 거부하는 원고가 1명이라도 있는 한 일본 피고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강제 현금화’ 절차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양측간 법적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