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연체율 1위'…한국투자증권 신용공여 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2%대를 기록한 가운데 증권사의 연체율이 16%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부동산PF 신용공여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국투자증권으로, 대형 증권사들의 리스크가 꽤 커져 있는 모습이다.

   
▲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2%대를 기록한 가운데 증권사의 연체율이 16%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사진=김상문 기자


5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잠시 잦아드는 것처럼 보였던 부동산PF 관련 리스크가 재부각되고 있다. 지난 4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지난 3월말 기준 은행·증권·보험·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상호금융 등 금융권 전체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2.01%를 기록했다.

이는 1.19%를 기록했던 작년 말 대비 0.8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대출잔액 역시 131조6000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1조3000억원 늘어난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자료에서 단연 시선을 집중시킨 것은 증권업계와 관련된 대목이었다. 

당국 자료에 의하면 증권사들의 연체율은 무려 15.88%를 기록했다. 작년 말 대비로도 5.50%포인트 급증한 것이라 가장 빠른 추세다. 저축은행(4.07%)과 여전사(4.20%)가 각각 2.02%포인트, 1.99%포인트 증가했지만 증권사들만큼은 아니고 그나마 은행은 0.01% 하락해 대조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다만 당국은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으나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 2012년 말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을 당시의 금융권 연체율 13.62%과는 꽤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증권사들의 연체율은 이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같은 금융권이어도 여의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부동산PF 신용공여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은 총 21조4665억원 수준인데, 이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에만 2조5663억원이 집중돼 있다. 그 뒤를 잇고 있는 삼성증권(2조5297억원), 메리츠증권(2조3010억원), KB증권(2조600억원) 등의 수치를 합산하면 총액의 절반에 육박한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부동산PF 관련 리스크가 이자비용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한투증권의 이자비용은 2022년 1분기 1174억원을 기록한 이후 1400억원(2분기), 2064억원(3분기), 2922억원(4분기), 3482억원(2023년 1분기) 등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19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투는 국내 5대 증권사 가운데서 부실채권 비중도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도 PF 익스포저가 높아짐에 따라 유동성 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업계에서는 부동사PF 관련 사항이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 악화’로 가시화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투의) 급격한 이자비용률 상승은 그만큼 강하게 유동성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PF 관련 내용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올해 하반기부터 관련 손실을 인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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