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SBS 캡처

[미디어펜=이서영 기자] 국내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삼성전자와 구글,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물밑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각사가 가진 유력 플랫폼에 간편결제를 탑재하는 동일한 방식을 취하면서도 저마다 다른 개성을 드러내고 있어 어떤 것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은 자사의 갤럭시 시리즈 단말기에 간편결제 시스템인 삼성페이를 탑재, 범용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단말기 자체에 삼성페이가 포함됐기 때문에 이용자가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갤럭시 단말기에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스마트폰이 한순간에 신용카드가 되는 셈이다.

삼성은 근거리무선통신(NFC)에 더해 마그네틱 보안전송기술(MST)을 적용, 기존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에서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먼저 시장에 진출하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애플페이는 시장조사업체 조사에서 이용 가능한 아이폰6 사용자의 실사용률이 6% 이하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았는데, 이는 미국의 신용카드 가맹점 중 NFC 방식을 도입한 경우가 5%에 불과해 범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업계에서는 삼성페이가 미국과 한국 내 90% 이상의 상점과 식당에서 사용할 만큼 범용성이 뛰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전 세계 약 3천만개 매장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기존에 쓰던 단말기로는 이용할 수 없고 최근에 출시된 갤럭시S6 이상의 단말기로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삼성페이 출시일을 예정했던 7월에서 9월로 늦추고 갤럭시노트5 발표와 연계하는 것이 애플, 구글 등과의 경쟁에서 강력한 이슈 몰이를 위해서라는 시각이 많다.

삼성페이 출격에 맞서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에 간편결제 서비스인 안드로이드페이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올해 하반기 미국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는 안드로이드페이는 안드로이드 OS 기반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돼 전 세계 수십억명의 이용자를 단숨에 확보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올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11억대가량 팔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80%에 달하는 규모다.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이 올해 약 2억4000만대에 그칠 것이라는 IDC 전망과 비교하면 안드로이드페이 서비스의 잠재적인 이용자가 월등히 많은 것이다.

구글은 후발 주자라는 불리한 입지를 딛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자 AT&T, 버라이즌, T모바일 등 미국 3대 통신사와 제휴하고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웨어러블,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영역까지 손을 뻗어 만들어놓은 생태계에 결제 기능을 접목하기만 하면 곧바로 시장 판도를 바꿀만한 위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구글이 최근 외국계 기업 최초로 금융감독원의 전자금융업 인가를 받으면서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시나리오도 조금씩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구글코리아는 "구글플레이 등에서 이용자들이 결제 시 다양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안드로이드페이를 국내에서 활성화하기 위한 절차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안드로이드페이는 삼성페이와 달리 NFC 전용 단말기에서만 이용 가능하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간편결제 사업의 핵심인 이용자 확보는 수월하지만, 가맹점 확보에는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지난달 25일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페이는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에 탑재돼 OS나 단말기에 구애받지 않고 끊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편의성이 강점이다.

이용자가 단말기나 OS를 바꿀 때 새로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는 불편을 없애고 이미 안정적인 시스템 기반을 갖춘 자사 플랫폼에 간편결제 기능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서비스의 연속성과 활용도가 높다.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검색 서비스 강화로 현재까지 국내 5만3천개 가맹점을 확보했고, 네이버페이 이전에 네이버 체크아웃과 같은 간편결제와 유사한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이미 15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점도 경쟁사에 비해 유리하다.

소비자로서는 별도의 로그인이나 회원가입 없이 네이버 아이디만으로 결제하거나 결제 이후 배송 현황, 반품·교환 진행, 포인트 적립과 같은 일련의 과정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네이버는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만 카드사 수수료로 충당하기로 했다. 수수료로 수익을 얻기보다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여 플랫폼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실생활과 밀접한 백화점이나 마트, 편의점 등 종합유통채널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대다수의 가맹점이 중소규모 온라인 판매자들이라는 점은 서비스를 키우는 데 하나의 제약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