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선정·지역균형·리더십 경쟁…통 큰 승부수 기업가 정신 돋보여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막 내린 면세점 대전…승리한 HDC신라와 한화

지난 6개월 간 펼쳐졌던 면세점 대전이 막을 내렸다. 10일 관세청 면세점특허심사위원회는 서울 3곳, 제주 1곳 등 총 4곳의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세간의 관심은 대기업이 운영하게 될 서울시내 면세점 2곳으로 쏠렸다. 승리자는 HDC신라와 한화였다.

2015년 연간 10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리라 예상되는 면세점 시장이다. 지난 5년간 연평균 20%에 준하는 고도의 성장률을 보이기도 한 면세점 시장은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우고 있다. 서울 및 제주 시내에 면세점이 추가로 선정된 것은 15년 만의 일이다.

면세점특허심사위원회는 민관위원 1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8일부터 2박3일간 외부와 격리된 심사작업을 벌였다. 위원회가 밝힌 심사 기준은 경영능력(300점), 관리역량(250점),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기업이익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관광인프라 등 주변환경(150점) 순으로 구성되었다.

경쟁에 참여했던 후보기업 모두 매장점포 관리에 있어서 지금까지 굴지의 경영능력을 보인 기업들이었다. 신세계, 롯데,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이랜드 모두 각각의 점포관리와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 기업 상생협력에 있어서 최대한의 역량을 입증했던 기업들이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번 면세점 사업 확정을 계기로 63빌딩에 300억 등 총 2000억 원을 투자한다. 김승연 회장의 ‘통큰 베팅’이다.
한화와 HDC신라의 ‘황금’ 입지선정…중복을 피한 지역균형

HDC신라와 한화를 포함한 각 후보기업들의 가장 큰 차이는 입지선정이었다.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동대문 쇼핑몰, 신세계는 충무로의 신세계백화점 본관, 현대백화점은 삼성동 무역센터점, 이랜드는 홍대입구에 입지를 선정했다. 그에 반해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 63빌딩,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은 용산 아이파크몰에 각각 면세점 입지를 잡고 심사를 준비했다.

서울 시내에 입점한 (대규모) 면세점 현황은 광화문, 을지로, 장충동으로 이어지는 서울 중심축, 광장동 워커힐, 잠실 롯데와 삼성동 코엑스 롯데로 이어지는 동부축으로 정리된다. 기존 6개 면세점의 지역별 시너지 효과가 각지의 관광인프라와 겹쳐져서 외국인 관광객 1500만 시대를 구가한 것이다.

한화와 호텔신라, 현대산업개발의 혜안은 여기서 드러난다. 호텔신라,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중심축 바로 아래의 교통요지로서 기능하는 용산 아이파크몰을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웠다. 용산은 KTX역을 갖추고 있어 지방에서의 접근성이 높을 뿐더러, 서울 시내 복합개발의 최선두에 자리하여 10년 20년 뒤의 미래 성장잠재력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곳이다.

   
▲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확정으로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가 웃게 되었지만, 면세대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워커힐 및 롯데 소공점 등 올해 연말에 특허기간이 만료되는 면세점을 둘러싸고 피말리는 2차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지도 속 빨간원은 기존 면세점 입지, 파란화살표는 신규 면세점 입지, 옅은 파란화살표는 탈락한 입지.
한화는 여의도 63빌딩을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웠다. 여의도는 여의도공원, IFC몰과 더불어 콘래드, 메리어트, 글래드 등 특급호텔 3곳과 일반호텔 8곳 등의 숙박업소를 갖춘 서울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다. 숙박과 비즈니스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접근성을 자랑한다.

롯데, 신세계, SK네트웍스는 서울 중심축에 자리한 면세점 3곳 인근으로 후보지를 선정함으로써, 기존 면세점 입지와 중복되었으며, 현대백화점은 월드타워에 입점해 있는 롯데면세점의 입지와 완전히 겹치는 곳이었다. 지역균형이라는 측면에서 HDC신라와 한화의 용산, 여의도 입지와 비교되는 사안이다.

이부진의 ‘신의 한수’, 김승연의 ‘통큰 베팅’

이번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확정에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각 기업의 CEO다.

HDC신라면세점은 이부진 사장의 지휘 아래 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는 등 일명 ‘적과의 동침’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특정기업 특혜집중의 논란이 해소되었으며, 호텔신라의 검증된 면세점 운영 능력에 현대산업개발의 대단위 복합개발 노하우가 만나게 되었다.

이번 면세점 확정을 통해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성장엔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는 시장 선두를 고수하고 있는 롯데와의 격차를 크게 줄이면서 해외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되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유통 분야에서의 개발능력을 인정받아 향후 부동산 외의 사업 확장에 있어서도 거침 없게 되었다.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5월 25일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HDC신라면세점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HDC신라면세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리더쉽 또한 재조명 받게 되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번 면세점 사업 확정을 계기로 63빌딩에 300억 등 총 2000억 원을 투자한다. 김승연 회장의 ‘통큰 베팅’이다.

한화갤러리아는 불꽃축제, 한강 투어 등 13개 관광 프로그램에 제주공항면세점 및 명품관의 성공적인 운영 노하우를 접목시켜 관광한류의 중심축으로 기능하려는 전망을 밝힌 바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점 매장에 중소 중견 브랜드 전용층을 운영하면서 상생 성장도 도모한다. 제주에 이어 서울까지 방점을 찍은 한화다. 한화는 롯데 및 호텔신라에 이어 명실상부한 주요 면세사업자로 거듭났다.

면세대전…기업가정신이 방점을 찍다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확정으로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가 웃게 되었지만, 면세대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워커힐 및 롯데 소공점 등 올해 연말에 특허기간이 만료되는 면세점을 둘러싸고 피말리는 2차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연 10조, 성장률 20%, 황금알 낳는 거위, 세계 1, 2위를 다투는 한국 면세시장의 현 주소다. 이러한 면세점 시장에서 각 기업 CEO간의 힘겨루기와 경영전략은 계속해서 부딪힐 전망이다. 기업 간의 무한 경쟁 속에 국내소비자와 외국인관광객 모두 더 많은 것을 누리기 마련이다. 기업들의 분투로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가 앞당겨질 전망이며, 국내소비자 또한 그 수혜를 입게 된다.

신규플레이어의 진입으로 서울 면세점 시장은 일대 지각변동을 맞게 되었으며 시장의 파이가 더 커지면서 홍콩 등 해외도시와의 관광․쇼핑 경쟁에서 서울이 뒤처지지 않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공은 던져졌고 펼쳐진 장에서 기업가정신이 분출하고 있다. 수고했던 기업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