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삼성과 현대를 대표하는 호텔신라의 이부진 사장과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이 전격적인 제휴를 발표해 관심을 끈 HDC신라면세점(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이 결국 서울면세점 티켓을 거머쥐면서, 두 기업 오너의 역할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프레젠테이션(PT) 면접 장소에 합격을 기원하는 떡을 직접 싸 갈 정도로 공을 들였고,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면세점 설계도를 하나하나 챙길만큼 꼼꼼히 실무를 지휘했다.

12일 HDC신라면세점과 호텔신라 등에 따르면 이부진 사장은 지난 9일 오후 7시께 영종도 인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서울시내 면세점 후보 기업 PT 장소에 떡 상자를 직접 들고 나타났다.

PT를 앞둔 HDC신라면세점 공동 대표 양창훈 아이파크몰 사장·한인규 호텔신라 부사장·차정호 부사장(호텔신라 면세사업본부장) 등을 응원하고, 최종 선정을 바라는 마음에서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수험생의 합격을 비는 것과 마찬가지의 뜻으로, 이 사장께서 떡을 주문해 PT 장소 현장까지 직접 들고 갔다"고 전했다. 완두콩 등이 들어간 이 고급 팥떡 중 일부는 현장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에도 전달됐다.

이 사장은 CEO들과 PT 직전까지 함께 환담하며 "너무 걱정마세요, 잘 되면 다 여러분 덕이고, 떨어지면 제 탓이니까요"라며 PT 참석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지난달 이 사장은 면세점 준비 실무진 중 한 명이 "옷 벗을 각오로 일하고 있다"고 말하자, "저는 옷을 벗을 수도 없잖아요"라는 농담으로 답해 오너로서 '무한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최근 수 개월동안 면세점 사업과 직결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지난달 29일 늦은 오후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가 3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중국 주요 여행사와 외교부 등을 만나 '한국 관광 유치' 활동을 펼쳤다. 지난 2일에는 정몽규 회장, 지방자치단체장 등과 함께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 선포식'도 열었다.

10일 '승전보'를 접한 이 사장은 현재 해외 출장 중인 정몽규 회장과 통화해 축하 인사를 주고 받은 뒤 HDC신라면세점 CEO들과 실무진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축하, 감사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형 면세점을 만들어 관광산업, 경제발전에 기여하라는 뜻이니 최선을 다해 보답하자'는 메시지도 면세점 사업 실무진에 함께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 사장이 면세점 선정을 앞두고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면, 정몽규 회장은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밀한 곳까지 꼼꼼하게 손수 챙기며 승리를 이끌었다.

일단 현재로서는 '면세점'과 '관광산업'이 현대산업개발보다는 합작 파트너인 호텔신라의 주요 사업 영역인만큼, 관광객 유치 활동 등을 이 사장에게 맡기고 정 회장은 용산 아이파크몰에 들어설 면세점 인프라 구축 등에 집중한 것이다.

이후 용산 아이파크몰 본인의 집무실에서 이부진 사장과 만나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의기투합한 정 회장은 면세점의 설계·인테리어 등까지 일일이 직접 도면을 보며 실무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임원들에게는 "현대산업개발의 '뿌리'인 건설업의 장점과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최고 수준의 면세점 매장을 마련하라"는 '특명'도 내렸다.

정 회장은 5월 25일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HDC신라면세점의 공식 출범식' 당일에는 면세점 입지인 아이파크몰 곳곳을 직접 이 사장에게 안내하며 설명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또 이달 2일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 선포식' 현장에서는 이 사장에게 "사장님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홍보도 잘된 것 같다"며 공을 돌리기도 했다.

그는 현대산업개발측 10명, 호텔신라측 10명으로 꾸려진 면세점 사업계획 태스크포스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아이파크몰 건물에 자리잡은 태스크포스 사무실에 여러 차례 직접 들러 "덥지는 않은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직접 물었다는 게 양 사장 등의 전언이다.

9일 양 사장이 PT장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마지막 보고에 들어가자, 정 회장은 어깨를 두드리며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고, 평소에 하던 대로만 해주세요"라고 격려했다. 아울러 "결과에 상관없이 우리가 최선을 다 한 과정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라는 말로 실무진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줬다.

발표 당일인 10일 최종 결과를 확인한 정 회장은 양 사장과 20~30분 동안 통화하며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 면세점 개점까지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정 회장은 양 사장에게 "이 사장과 두 공동 대표, 면세점 사업을 준비한 실무진 등과 다음 주 함께 식사라도 하도록 날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