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정작, 홍콩에선 홍콩독감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었다.”

무역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40대 후반의 박모씨는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오며 홍콩 현지 사정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출국수속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미디어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이어 홍콩독감 주의보로 떠들썩한 이때 하필이면 홍콩 거래처에 문제가 생겨 급히 출장가방을 싸야 했다는 그는 "워낙 중요한 건이라 미룰 수도 없었다. 회사 중역인 내가 어쩔 수 없이 총대를 둘러멨다"며 "출발하기 전까지 가족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4박5일 일정으로 홍콩에 머물렀다는 박씨는 현지사정에 대해 "정작 홍콩에서 독감에 대한 뉴스보도는 듣지 못했다"며 "마스크 쓴 사람을 거의 못 볼 정도로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와이프와 함께 3박4일 일정으로 홍콩으로 이른 휴가를 다녀왔다는 30대 회사원 최모씨도 "사실, 홍콩에 도착하기 전까지 ‘괜찮겠지’하며 걱정을 잠재웠지만, 도착하자마자 새부리 마스크를 벗어던졌다"고 말했다.

최씨는 여행 전 입국이 걱정돼 인터넷으로 홍콩검역을 검색해보니 '한 사람 한 사람 심문하듯 캐 묻는다',  '비행기에서 못 내리게 했다' 등의 글을 보고 내심 긴장됐다고 했다. 혹시나 열감지기에 걸릴까봐 비행 중에는 그 좋아하던 맥주도 참았다.

그는 "염려가 무색할 정도로 메르스 관련 체크서류와 열감지기만 통과하면 별다른 절차 없이 입국수속을 마칠 수 있다. 오히려 질문 없이 쿨하게 통과시켜줬다"며 "현지인들도 ‘한국인’이라고 해서 눈총을 주거나, 독감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염병에 대한 불안감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항공사 전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했고 곳곳에는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손 세정제가 구비돼 있었다고 했다.

여행업계, 메르스 여파 극복...홍콩독감은?

메르스 사태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인천공항은 긴장감보다는 비교적 안정된 분위기를 보였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메르스 확산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여행은 감소했지만 국내 관광객의 해외여행은 증가했다.

하나투어의 지난달 해외여행 수요는 16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 증가했다. 모두투어는 8만9000명으로 29.4% 늘었다.

업계의 관계자는 "메르스 여파로 지난달 초 해외여행을 취소하는 고객이 줄을 이었지만, 넷째 주부터는 회복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르스 여파가 사그러들자 이번에는 홍콩독감 주의보가 내려졌다.

이에 이 관계자는 홍콩관광청의 공식 입장을 설명하며 "홍콩은 현재 독감과 관련해 아무런 문제없이 모든 것이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가고 있다"며 "홍콩을 여행하는 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매년 홍콩에서 여름독감이 유행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겨울독감이 유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2~4월에 독감이 유행하지만, 남반구에 속한 홍콩은 4~10월 여름철 계절 독감이 유행한다. 

조은희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감시과장은 이날 홍콩 계절 인플루엔자 관련 브리핑을 통해 "현재 홍콩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 유행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일 수 있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다만 인플루엔자는 항바이러스제로 치료가 얼마든지 가능하고 백신도 있기 때문에 메르스와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독감 유행은 없는 상황이지만 홍콩지역 여행자는 감염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