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 태풍' 회의적 시각도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이르면 연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통한 경쟁을 촉진시켜 기존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더라도 수조원대의 자본금을 가진 시중은행 사이에서 은행권 판도를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도 나온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거쳐 마련한 개선방안에 대해 은행지주회장들과 논의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기존 은행권의 과점을 깨기 위해 꺼내든 신규 플레이어의 적극 도입을 두고 경쟁이 촉진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 시각이 분분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은행권에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적극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존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적극 허용하고,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인가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재 과점적 구조인 은행 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 시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사실상 금융당국에서 인가 방침을 발표한 후 신규 인가 신청과 심사가 진행돼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전환을 신청하는 경우 당국이 심사를 거쳐 전환 요건이 충족됐다고 판단되면 신규 인가를 허용할 계획이다.

현재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1992년 평화은행 설립 인가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새 시중은행이 등장하게 된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대구은행은 올해 안으로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다"며 "대구에 본점을 둔 시장은행이자 지역 대표은행으로서 지역은행 본연의 역할을 지금보다 더 충실히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은 오랜 과점 체제 속에서 이자 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기준 전(全) 은행권 내 5대 시중은행의 대출과 예금 점유율은 각각 63.5%, 74.1%다. 특정 은행이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 않지만, 은행들이 비슷한 금리와 유사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실질적인 경쟁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월 "은행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은행 과점에 따른 한계를 깨기 위해 당국이 신규 사업자의 진입 문턱을 대폭 낮췄지만 실효성을 두고선 의견이 분분하다. 자본금이나 대출 규모에서 이미 상당한 체급 차가 나는 시중은행을 상대로 대구은행이 경쟁적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지난 3월 말 기준 대구은행의 총자산은 67조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 493조원, 신한은행 445조원, 하나은행 471조원. 우리은행 420조원, NH농협은행 383조원 규모와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난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본 수준에서 이미 상당한 체급차가 나는 시중은행을 상대로 전국구 경쟁이 불가피한데 당국의 기대처럼 당장 은행권 판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은행의 이미지가 강하고, 전국 영업망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존 플레이어를 능가하는 말 그대로 혁신적인 방안들이 제시돼야 할 텐데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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