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시되던 북한인권 문제 착수 위해 2단계 격상 ‘인권인도실’ 출범
통일부 역사와 함께하던 남북회담본부의 상근회담대표 자리 사라져
“국민 바라보는 통일부 되어야” 목소리, 정책 중심 부처로 정립 필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년만에 통일부 장·차관을 동시 교체하고 더욱 강도 높은 ‘통일부 변화’를 주문하자 이명박정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2008년 이명박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에 김하중 주중대사가 발탁됐었다. 윤석열정부의 초대 통일부 수장인 권영세 장관도 박근혜정부 때 주중대사였다. 김하중 장관이 1년만에 교체된 것처럼 권 장관도 취임 1년여만에 국회로 돌아간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하중 장관은 김대중정부부터 노무현정부까지 7년 1개월간 주중대사를 지냈다. 따라서 이전 정부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원칙을 세우려 했다고 한다. 권영세 장관은 이전 정부의 남북 간 합의 준수를 강조하는 ‘이어달리기’를 말하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따른 통일정책 수립에 방점을 찍었다. 

통일부 내부에선 ‘이어달리기’에 대해 3대 세습 국가인 북한 지도자가 선대에서 약속한 남북 간 합의 준수를 촉구한 것이란 견해가 있다. 그런데 사실 대북 전문가들은 남한에서 보수·진보 정권이 바뀌어도 대북·통일정책만큼은 일관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보수·진보 정권마다 각각 뻔히 예상되는 정책을 앞세우면서 북한을 움직일만한 전략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통일부 직원들도 업무를 하면서 정권에 따라 바뀌는 쏠림 현상을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실제로 현 윤석열정부가 통일부에 강조하는 사안 중 이전 정부에선 손도 대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고 한다. 가령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업무가 그랬고,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도 금기시됐다. 어쩌면 보수정부가 남북 협력교류사업을 ‘퍼주기’로 격하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기도 하다.
 
‘권영세 통일부’의 시작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북한군의 우리공무원 서해피격’ 사건 조사, 대북전단금지법 손보기로 시작됐다. 이들 사건이 다뤄지면서 당시 강제북송 결정으로 통일부에 대북 통지문을 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때 간부들 사이에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이번에 통일부는 탈북민을 북송할 때 통일부 장관이 최종 그 의사를 확인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다.

통일부는 또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으며, 여기에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정치·군사적 조치도 담았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만 보인다면 초기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산가족의 날을 법으로 제정해 올해 첫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산가족들을 위로하면서 동시에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사실 갈수록 상봉 행사의 의미가 축소되는 상황이므로 정부의 이산가족의 날 기념 노력은 더욱 필요해보인다.    

   
▲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2일 김포공항에서 일본으로 출국하기 위해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3.3.22./사진=연합뉴스

여기에 통일부 조직도 대폭 개편됐다. 지난 12월 개성남북연락사무소 사무처 직제를 3개부(운영부·교류부·연락협력부)에서 2개부(운영교류부·연락협력부)로 줄였으며, 통일미래기획위원회가 신설됐다. 이어 올 4월 교류협력실을 교류협력국으로 줄이고, 인도협력국을 인권인도실로 격상해서 확대하는 개편을 단행했다. 정세분석국 조직도 확대 개편했다. 

통일부 장관이 직접 북한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447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대화와 협력에 많은 공을 들여야 했던 북한을 법정에서 피고와 원고 관계로 만든 것이므로 통일부의 결단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의 가장 큰 변화로 통일부 역사와 함께해온 남북회담본부의 상근회담대표 자리가 사라진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 4월 조직개편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인권인도실 개편은 박근혜정부 때인 2004년 신설된 북한인권과가 무려 2계단을 뛰어올라 ‘국’ 단위도 아니고 ‘실’ 단위로 격상된 것이다. 그리고 역시 박근혜정부 때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이후 정부가 한번도 공개하지 못했던 북한인권보고서가 처음 발간됐다. 통일부 직원들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선 스스로 ‘걸음마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주변정세와 달라진 북한을 상대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흔히 ‘제왕적 대통령제’란 말을 쓰지만 한국의 외교·안보정책 결정 과정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도 민주화되면서 소위 ‘관료정치현상’이 전혀 없지 않아 연구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런데 통일부는 남북관계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흔들기 좋은 부처로 낙인이 찍힌 상황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감안해 통일부의 정체성 재정립이 국가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검사 출신 정치인 권영세 장관과 다소 어색한 동거를 시작한지 1년이 흘러 통일부에선 뜻밖에 훈훈한 소식이 들려왔다. 최근 직원들의 익명게시판에 권 장관에 대한 애정어린 목소리가 종종 올라온다는 것이다. ‘장·차관님의 애정으로 우리 부가 축소되지 않고 기능 재조정을 이뤘다’ ‘장관님은 떠나지만 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란 글도 있고, ‘개각 얘기가 언론에 나오는데 좀 오래 하시면 좋겠다’는 글엔 동의한다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고 한다. 

현 정부 들어 통일부 안에서 ‘북한과 대화와 교류협력이 없으면 망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북한만 바라보지 말고 국민을 바라보는 통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교훈처럼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전문성이나 정체성이 부재했던 부처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통일부가 정권에 따라 또 북한의 태도에 따라 흔들리거나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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