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친명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에 "원희룡, 책임져야" 한 목소리
'합리적 의혹' 앞세워 괴담·선동 프레임 정면 돌파…득실은 따져봐야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계파 갈등으로 시끄럽던 더불어민주당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과정에서 드러난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추궁하기 위함이다. 이들이 대통령 처가의 특혜 의혹 집중 조명해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민주당은 80%가 넘는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도 정국 주도권 장악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로 여론전에 총력을 다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히려 소폭 상승세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괴담이라는 정부여당의 반론에 가로막힌 탓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여투쟁에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국제 기준에 부합하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 발표 후 국민 안전에 대한 우려만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반신반의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대여투쟁 결집력 분산으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 더불어민주당 양평고속도로 진상규명태스크포스와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이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민주당은 오염수 이슈를 강화함과 동시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출구전략으로 선택한 것으로 여겨진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확실한 해명 대신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 공세의 명분이 됐다.

원 장관은 지난 6일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야당의 괴담과 선동으로 주민 숙원사업이 불발됐다’라는 프레임을 조성해 역공에 나선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합리적 의혹 제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여당이 제기한 선동 프레임에 맞섰다.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고, 문제가 있다면 원안대로 추진하면 될 일을 정부여당이 정쟁으로 몰아 국민 피해를 키우고 있다며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송갑석 의원은 “대통령 처가의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한다”며 “가족 이권 카르텔을 덮기 위해 양평 일대 주민의 이익은 헌신짝처럼 내버렸다. 이는 명백한 국정 농단이다”라며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에 대해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도 “어떻게 1조 8000억원 짜리 국책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면서 대통령과 상의도 없이 장관 혼자 결정하나”며 “이 정도면 분노조절장애가 아니라 자기 분수도 모르는 분수인지 장애”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여권에서도 원 장관의 승부수를 두고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을 ‘급발진’이라고 평가하며 “내가 이걸 처리했다는 느낌을 주려고 하는 인상이 좀 있다”면서 “그게 누굴 바라보고 한 것이냐, 양평군민이냐 아니면 일반 국민이냐 아니면 다른 곳이냐. 저는 다른 곳이라고 본다”며 대통령실을 향한 과잉충성이라고 비판했다.

원 장관이 쏘아 올린 승부수에 부정적 기류가 보이자 정부여당은 백지화가 아닌 잠정 중단이라며 한발 물러나는 중이다. 강경한 태도가 자칫 ‘도둑이 제 발 저린 격’, ‘놀부 심보’라는 공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적용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정부여당의 무책임을 꼬집으며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일보 후퇴 시켰지만 정치적 득실은 아직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두고 여야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들이 과장되거나 사실관계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오는 17일 국토교통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김 여사 특혜 의혹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증명해 내느냐에 따라 국정 주도권을 확보할지 오히려 괴담과 선동 프레임이 공고화될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