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정착 돕는 안성 하나원 개원 24주년 언론공개행사
마이크 앞 탈북여성들 “배고파 탈출…당당하게 살고 싶었다”
“제3국 거주 북한주민들, 안전 보장되면 거의 남한행 희망”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에서 영양실조에 걸려서 이대로 죽겠다 싶었다. 7살 때까진 배급이 나왔는데 10살 때부턴 배급이 없어졌다. 엄마가 장사를 했지만 잘 안됐고 먹고살기 힘들어서 꽃제비 생활도 했다.”
“중국에선 북한에 비해 먹고살만했다. 하지만 신분증없이 불법체류를 하다보니 임금도 중국인에 비해 절반밖에 못 받았다. 억울한 마음이 들었고, 남한에 가면 당당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북미 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조선중앙티비 통해서 들었다. 북한주민들도 무엇인가 화해하는 방법으로 잘 되겠구나 희망을 갖고 좋게 봤었다.”

탈북민들의 한국사회 정착을 돕는 ‘하나원’이 10일 개원 24주년 기념으로 연 ‘프레스 데이’(Press day) 행사에서 30대와 20대 여성 탈북민들은 북한을 탈출한 시기는 2004년과 2014년, 2019년으로 각각 달랐지만 모두 배고픔을 못 견뎌서 중국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중국에서 2~3년 지나 말이 통하게 되자 돈벌이에 나섰지만 신분증 없는 불법체류자 처지인 까닭에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중국에서 보내면서 집밖에 일절 못 나가는 답답한 생활을 했다고 털어놨다.

   
▲ 10일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북한이탈주민 사회정착지원 기관인 하나원이 개원 24주년을 맞은 가운데 입소자들이 전산 교육을 받고 있다. 2023.7.10./사진=통일부

이들은 현재 하나원 교육생으로 비교적 최근에 입국한 탈북자이다. ‘가’급 국가보안시설인 하나원은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장소로서 이들은 이날 이름과 입소 시기, 고향 등은 비밀로 한 채 통일부기자단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A씨는 “먹고 살기 힘들어 중국에 갔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우선 가정부터 꾸리게 됐다”며 “하지만 신분증 없는 불법체류자로서 중국에서 살아가기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한국으로 오는 길이 안전하다면 안 올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시도를 했다가 만약 붙잡혔을 때 북송돼서 받을 후과가 두려워서 한국행을 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B씨는 “북한에서 어렸을 때 배급이 나오지 않아 정말 살기 힘들어서 꽃제비 생활도 했다”며 “6살, 7살 때 배급을 받았는데 10살 때부터 없었다. 엄마가 장사를 해서 살았는데 장사도 잘 안되고, 쌀을 조금 갖고 내려오면 경비대 사람들이 다 뺏어갔다.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리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C씨는 “2016~2017년부터 밀수를 하지 못하게 하니까 생활이 힘들었다. 못 먹어서 굶어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름 등 생활용품을 해결하기 힘들었다”면서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봤다. 북한주민들도 남한이 잘 사는 것을 안다. 그런데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 차이가 심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C씨는 또 “중국으로 나와 개인집에 채용됐는데 신분증이 없다고 임금을 중국인의 절반 정도만 받았다. 좀 억울한 감이 들었다”면서 “한국에 오면 신분이 생기니까 (오게 됐다.) 인권이 보장된 곳에서 사람처럼 당당하게 살고 싶었다”고 밝혔다. 

C씨도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오고 싶어하지만 오는 길이 너무 위험하다보니 못 온다”며 “저 같은 경우는 목숨을 걸고 와서 성공했지만 위험해서 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A씨는 ‘탈북 전 대한민국에 대해 어떤 생각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무서운 나라였다”면서 “생각만 하고 말만 해도 잡혀가서 혼나니까 생각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2010년 전후로 한해 3000명 가까운 탈북자가 입국했지만 2012년부터 1000명대로 줄더니 코로나19 팬데믹과 그에 따른 국경 통제의 영향으로 2020년 229명, 2021년 63명, 2022년 67명으로 탈북자의 남한 입국 수가 급감한 상항이다.

   
▲ 10일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북한이탈주민 사회정착지원 기관인 하나원이 개원 24주년을 맞은 가운데 입소자가 네일아트 교육을 받고 있다. 2023.7.10./사진=통일부

하지만 하나원은 입국자가 너무 많을 때 여력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부분을 점검해서 수료교육생의 재취업 교육과 기초교육생 맞춤형 교육 등으로 기능을 강화시키는 중이다. 특히 전문직업교육에 주력한 이후 지금까지 280여명이 교육에 참여해 163명이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93%의 합격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탈북민들은 본격적인 직업훈련을 받기 전 심리검사부터 받고 본인 적성을 파악할 수 있으며, 하나원에는 제빵과 재봉, 네일아트, 피부미용, 요양보호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시설이 마련돼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건축·목공, 애견미용, 떡 제조, 도배·장판 등 4개 분야 교육이 더 추가될 예정이다.

또한 하나원 내부에 자체적으로 마련된 하나의원과 마음건강센터가 있으며, 의사들이 상주하면서 탈북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필요하면 근처 협력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한다. 초기 입소자의 40%가 보철치료를 받을 만큼 치아가 하나 이상 없는 상태로 입국하는 탈북자들이 많다고 한다. 하나의원 관계자는 심리치료 및 상담도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지난 1997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법에 따라 1999년 문을 연 하나원은 탈북민들의 사회적응교육 및 직업훈련은 물론 건강관리, 의료지원 등을 돕는 통일부 산하 기관이다. 그동안 하나원은 남녀를 분리해 수용하라는 유엔의 권고에 따라 정부는 2012년 강원도 화천군에 제2 하나원도 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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