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 회장, 공격마케팅 '총력'

[미디어펜=김태우기자]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긴급 해외법인장 회의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점검에 나섰다.

이번 법인장 회의는 지난달 중국시장에서의 판매 감소와 유럽발 위기로 통하는 그리스 사태, 신흥국의 통화약세, 엔저에 따름 미주시장 마케팅 등의 해법마련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 정몽구 회장, 공격적인 마케팅 ‘총력’/현대자동차

13일 현대차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이날 현대·기아차 최고 경영진, 전세계 주요국 법인장 60여명이 참석하는 해외법인장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번 회의에서 정몽구 회장은 글로벌 상반기 판매현황과 이에 따른 하반기에 전략을 보고 받았다.

현대차의 현재 글로벌 위기상황을 정몽구 회장도 이미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정몽구 회장은 자신감을 잃을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해외법인장들에게 현재의 위기 상황을 서둘러 빠져나갈 수 있도록 각 법인장이 맡고 있는 현지에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당부하고 상대적으로 불리한 경쟁여건과 힘겨운 시장상황에서도 분투하고 있는 양사 해외법인장들을 독려했다.

정몽구 회장은 “외부 여건이 여러 측면에서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이를 극복해야 하고, 극복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강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어 “지금까지도 우리는 수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렇지만 모두 이겨내 온 경험이 있다”고 말하며 “오히려 이 같은 어려움을 외부 여건에 흔들리지 않도록 체질개선하고 혁신하는 기회로 삼자”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장이 어려울수록 판매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판매 일선에서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사적인 판매지원체제를 강화하라”고 당부하고, “지금은 내부의 강한 결속력이 중요한 때인 만큼 전 임직원이 단합해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정몽구 회장은 “미래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어려워도 한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무엇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발상과 끊임없는 시도를 멈추지 마라”고 밝혔다.

정몽구 회장의 주도로 이루어진 이번 회의에서 위기극복과 관련한 해결방안은 공격적인 마케팅이었다.

현대차는 올 2분기 미국 시장에서 총 19만9000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수치다. 반면 엔저의 기조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차 대표브랜드 도요타와 혼다는 각각 41.7%, 26.1% 성장해 현대기아차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정몽구 회장의 자존심인 ‘제값받기’는 규칙은 깨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법인 특성상 엔저를 등에 업고 가격 경쟁력으로 무장한 일본브랜드와의 경쟁을 위해 인센티브강화를 통한 판매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함께 신흥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시장에서도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시장 점유율은 지난 3월 10.1%로 정점을 찍은 후 소폭 하락세다. 현대기아차의 지난 5월 판매량은 12만9000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8% 하락했다.

올해 1~5월 판매누계는 71만6000대에 달한다. 이 기간 시장점유율은 8.5%다. 반면 중국 토종 브랜드의 성장은 증가세다.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소형SUV를 현대기아차 뿐만 아니라 수입 브랜드 대비 20~30%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 현지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실례로 창청자동차는 4.7%, 지리자동차는 22%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가 공을 들이고 있는 미국시장과 중국시장에서의 고전은 타격이 크다. 더욱이 그리스 사태, 신흥국 소비경기 침체까지 겹쳐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8630만대)에서 1.2%(855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에 그쳤으며 하반기에는 1.1%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아다.

시장 별로는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주요 시장의 판매가 위축되거나 감소세가 심화될 것이다. 미국은 올해 전년보다 4.1% 증가한 1720만대로 14년 만에 1700만대 판매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두 자릿수 이상 판매가 증가하며 세계 지동차시장을 이끌던 중국은 경제 성장 둔화 등으로 인해 올해 5.2% 성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메이커들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일본 메이커들과 유럽 메이커들은 환율 이점을 활용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국내외에서 전년 동기보다 2.4% 감소한 395만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미국시장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고, 유럽에서도 시장증가율보다 높은 판매를 기록하는 등 주요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글로벌 신차 런칭이 집중되어 있는 하반기에는 신차효과를 극대화, 전년 실적을 상회하는 판매 기록을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지역별 모델별 상품 구성을 다양화 하는 한편, 특히 신형 투싼, 소형 SUV 크레타, 신형 K5, 씨드 개조차등 전략 신차들을 해외 시장에 선보이며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하반기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신형 투싼을 투입하고, 인도를 비롯한 중남미, 아중동 등 신흥시장에는 소형 SUV 크레타로 글로벌 SUV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다.

기아차는 대표 글로벌 모델인 신형 K5의 성공적 런칭과 함께 유럽에서는 씨드 개조차로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현대차의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기아차의 미국 프로농구(NBA) 등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포츠 후원을 통한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북미시장에 진출할 올 뉴 투싼과 신형 K5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며 중국시장의 전통적 성수기인 9∼12월에 맞춰 타깃 마케팅과 무이자 금융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등의 방법으로 시장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의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상황이 녹녹치 않을 경우 2020 로드맵로 불리는 프로젝트 진행을 예상 밖으로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