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광복 70주년을 맞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하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다시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 드린다”-30대그룹 사장단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기업인 공동 성명’. 7월 9일.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역경 속에서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온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여러 어려움에 처한 대한민국의 재도약 원년으로 만들어야 하겠다. 지금 국민들 삶에 어려움이 많은데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 수석께서는 광복 70주년 사면에 대해서 필요한 범위와 대상을 검토해주기를 바란다"-박근혜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 7월13일.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라며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사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라며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사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총수가 옥중경영을 펼치고 있는 SK·CJ 등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당청 갈등과 메르스 사태라는 힘든 고개를 넘은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던 특별사면을 언급한 것은 경제 살리기의 시급성과 함께 국정 운영의 기조변화를 암시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인들의 호소문이 나온 지 5일 후 사면 이야기가 나오면서 기업인들의 기대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전 특별사면을 단행하자 “특사를 강행한 것은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며 “국민적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던 것에 비추어 보면 국정운영 기조에 변화가 감지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해 1월 설을 앞두고 서민생계형 사범 등 총 5925명을 특별사면 한 적이 있으며 광복절 사면을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임기 중 두 번째 특별사면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대국민 메시지을 통해서도 “고 성완종 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의 훼손과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결국 오늘날같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주게 되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제도적으로 고쳐져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3개월이 채 안돼 특별 사면을 언급한 것은 흐트러진 당청관계를 바로잡음과 동시에 국민과 정치권, 경제계에 대한 유화 제스처로 국민 통합과 동시에 포용의 정치 의지의 표현으로 비친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특별 사면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 집행유예를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사면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최 회장은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2013년 1월 말부터 2년 6개월여를 복역 중이다. 교도소에 머물고 있는 최 회장은 수감 중에도 끊임없이 그룹 경영에 대한 우려와 애착을 숨기지 않았다.

SK그룹은 옥중 최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기업' 활성화 프로젝트 시행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에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업무협약 체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총수 일가 형제가 동시에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옥고를 치르면서 인수합병 등 경영전략 수립과 대규모 투자 단행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총수 공백의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사회봉사명령 300시간 역시 채웠으며 삼성과 한화의 빅딜뿐만 아니라 지난 10일에는 유통업계 전쟁으로 불린 서울지역 면세점 사업권 쟁탈전에서 당당히 사업권을 따내는 등 그룹 경영 활성화에 힘쓰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횡령과 배임ㆍ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회장은 만성 신부전증으로 신장 이식수술을 받았으나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2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돼 작년 7월 징역 4년을 확정받고 3년 가까이 복역했다.

2011년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호진 전 태광 회장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간암 3기 판정을 받아 병보석으로 풀려나 투병 중이다. 간이식을 하지 못한 그는 장기입원으로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는데다 그의 모친인 이선애 여사마저 형집행정기기간 중인 지난 5월 숙환으로 별세하는 아픔까지 겪었다.

박 대통령의 특사 발언에 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국내 대표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특별 사면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최근 메르스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재계 전체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현재 국가 경제가 위기상황에 처해 있고 최태원 회장과 같이 일부 경제인들의 경우 사면 조건을 충족할 정도로 복역을 만큼 국민화합과 경제 살리기 측면에서 전향적 검토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