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우리를 동심으로 이끌었다. 그때 그 시절 종이접기만으로 단돈 천원만 있으면 아무 걱정없이 하루가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얼마 전 ‘마이리틀텔레비전’ 기사 관련 댓글에 ‘종이접기 아저씨를 섭외하라’는 요청이 쏟아질 때만 해도 설마 했다.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원장이 20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지, 그때와는 너무나도 달라진 방송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그래도 한번쯤 꼭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방송출연이 기정사실화되고 실제로 눈앞에 나타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마의 주름은 세월의 흐름을 각인시켰으나 그때 그 표정, 그때 그 말투만으로도 방송을 기다렸던 2030세대는 눈물이 핑 돌았다.

   
▲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생방송 캡처

김영만 아저씨는 격하게 환영하는 댓글에 감격스러워했다. “눈물 나냐? 나도 눈물 난다. 왜 이렇게 우는 사람이 많냐? 나는 딸 시집 갈 때도 안 울었는데”라는 말에 20여년의 세월이 만든 거리감을 느끼는 것도 잠깐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직장, 가정, 술 담배로 피곤에 절은 어른들을 그때 그 시절 어린이로 만들어버렸다. “이제 다 어른이 됐네요. 우리 어린이 친구들 착하게 잘 자랐네” 한 마디에 어린이가 된 어른들은 착한 채팅으로 어릴적 마법사 아저씨와 소통하기 시작했다.

방송에선 명언들이 쏟아졌다. 노란색으로 눈을 만드는 것을 보고 채팅창에 ‘황달’이라는 단어가 뜨자 그는 색종이를 잠시 내려놓고 “여러분들 어렸을 땐 코 파랗게 하고 눈 빨갛게 해도 아무런 말이 없었는데 여러분들 이제 다 컸구나 어른이 됐네”라고 말했다.

“어려우면 엄마한테 부탁하세요”라는 말에 채팅창에 ‘엄마가 환갑이다’라는 글이 뜨자 김영만은 “엄마방에 들어가 환갑이신 어머니께 테이프 좀 붙여주세요 해보세요. 얼마나 좋아하실까요”라고 말했다. “예전엔 나는 쉽고 여러분은 어려웠지만, 이제 어른이 됐으니까 잘 따라할 수 있을거에요”라는 말은 덤이었다.

20년 전 멘트도 그대로였다. 기억 한쪽에 묻어두고 있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자 어른들은 김영만의 색종이접기를 따라하고 있는 코딱지들이 됐다. 중간집계에서 1위에 오르자 눈물 흘리며 “잊지 않고 기억해줘 고맙다”는 그의 말에 채팅창도 감사인사로 도배됐다.

시청자들은 이날 방송을 두고 ‘힐링’이라 표현했다. SNS에는 “백종원 방송이 ‘너도 할 수 있다’라면 김영만 방송은 ‘너도 한 적 있다’”라는 말이 큰 인기를 끌었다. 너도, 혹은 모두가 라고 표현할 만큼 2030세대 모두가 김영만의 색종이접기를 알고 또 함께 추억 속으로 빠져든 시간이었다.

20여년 만에 돌아온 종이접기 아저씨는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났다. 해맑은 얼굴로 얄미운 말 “참 쉽죠”를 연발하며 목걸이를, 휴대폰 지갑을, 친구들이 좋아하는 마술비법을 선물했다. 그와 함께인 공간에서 우리는 여전히 색종이접기가 어렵고, 엄마한테 물어봐야야 하는 어린아이였다.

꿈같은 일이 눈앞에 펼쳐진 시간이었다. 삼포세대, 단군이래 최고의 스펙과 실업률을 동반한 시대에 살아가는 지친 젊은이들에게 김영만 아저씨와의 짧은 만남은 꿈 그 자체였다. 색종이와 풀만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행복했던 시간이 다시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에 더욱 달콤했다.

그래서 아저씨의 “이제 어른이 다 됐네요. 우리 어린이 친구들 착하게 잘 자랐네”라는 말이 시청자들을 더 울컥하게 만든 것 아닐까. 페이스북의 한 지인은 ‘아저씨는 어른이 됐으니 (종이접기를) 쉽게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나는 어렵기만 하다. 아직 어른이 덜 됐나 보다’라고 썼다. 그처럼 10년 20년이 지나도 아저씨 앞에서는 얼마든지 어리광을 더 피워도 될 것만 같다. 우리들의 종이접기 아저씨는 그대로 우리를 반겨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