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대한체육회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7·러시아)의 도핑 의혹과 관련,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재조사를 요구하기로 했다.

1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서 관련 자료를 정리하는 대로 해당 자료와 과거 사례 등을 모아 IOC에 소트니코바 재조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시상대에 나란히 선 김연아(왼쪽 은메달), 소트니코바(금메달). /사진=소트니코바 SNS 캡처


소트니코바는 자국 러시아 개최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편파 판정 논란 끝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김연아의 연기가 더 완벽하고 빛났음에도 소트니코바가 심사위원들의 높은 점수를 받아 금메달을 가져갔고, 김연아는 은메달에 그쳤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는 역사에 남을 올림픽 2연패를 편파 판정으로 인해 놓쳤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소치올림픽 후에는 판정 논란뿐 아니라 도핑 논란도 있었다. 소트니코바는 IOC가 러시아의 조직적인 약물 투여 실태를 조사한 2016년, 약물 검사를 위한 소변 샘플이 훼손됐던 것으로 알려져 도핑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에는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최근 소트니코바가 스스로 한 말로 다시 약물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2014년 (소치 올림픽 1차) 도핑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며 "나는 두 번째 테스트를 받아야 했고, 다행히 두 번째 샘플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징계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1차 도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면 충분히 금지약물 복용을 의심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소트니코바의 이 발언은 큰 후폭풍을 낳았다.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10일 대한체육회, KADA,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들과 만나 진상 파악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요청했다. 이에 대한체육회가 소트니코바 도핑 의혹에 대해 IOC에 재소사를 요청하기로 한 것이다.

   
▲ 2014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릿트 소트니코바가 다시 도핑 의혹에 휩싸였다. /사진=소트니코바 SNS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소트니코바는 2014년 1차 검사에서 양성, 2차 검사에서 음성을 받았다고 본인의 입으로 말했다"며 "이는 매우 희박한 사례라 재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도핑 검사 기술이 향상된 만큼, 당시엔 확실하게 적발하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얘기했다. 

IOC가 대한체육회 요구를 받아들여 재조사에 나선다면, 2014년 수집한 소트니코바의 1, 2차 샘플을 다시 검사할 수 있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규정상 채취한 선수들의 혈액 및 소변 샘플은 10년 동안 폐기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만약 IOC가 재조사를 해서 소트니코바의 샘플이 최종적으로 양성 판정을 받는다면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을 박탈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차순위였던 은메달리스트 김연아에게 금메달이 주어질 수 있다. 

올림픽 후 도핑 검사에서 수상자가 양성 판정을 받아 차순위 선수에게 메달이 전달된 사례는 이전에도 몇 번 있었다. 장미란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역도 국가대표 시절이었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4위를 했지만, 동메달을 땄던 흐리프시메 쿠르슈다(아르메니아)의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돼 메달을 박탈당했고, 장 차관이 뒤늦게 동메달을 받은 바 있다.

'피겨 퀸' 김연아는 '빼앗긴 금메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IOC의 대응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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