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원 시장 놓고 업권별 경쟁…'미래 vs 삼성' 구도 눈길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이날(12일)부터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돼 물경 300조원 규모의 시장을 놓고 금융사들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국내 증권사들도 다양한 상품을 출시한 가운데 특히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의 치열한 대결 구도가 시장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 이날(12일)부터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돼 물경 300조원 규모의 시장을 놓고 금융사들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사진=김상문 기자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가 이날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날로 1년간의 유예기간이 종료되고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시작된 것이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사가 사전에 지정한 옵션에 따라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를 지칭한다. ‘사전지정운용제’라고도 불린다. 

적용대상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근로자가 속한 회사가 제도를 손질해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며, 회사가 정한 퇴직연금 사업자가 제시하는 사전지정운용방법(포트폴리오)을 근로자가 선택하는 구조다.

제도 도입의 취지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너무 낮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평균 수명은 늘어가는데 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하고, 결국엔 퇴직연금 수익률을 제고시키는 방안이 고민되기 시작했다. 저금리 시대에 사실상 예금 수준에 머물러 있는 퇴직연금을 펀드 등으로 옮겨 수익률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미 이 제도는 작년 7월12일 도입된 후 1년간 유예기간을 가져왔다. 이 기간 증권사들은 다른 어떤 업권보다도 이번 제도를 손꼽아 기다려왔다. 여기엔 안정성이 강점인 은행이나 보험사들보다 수익률 측면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증권사들은 이번 제도 시행을 계기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며 가입자 확보에 나선 상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41개 사업자의 296개 상품이 출시된 상태다. 지난 5월 말 발표된 올해 1분기 디폴트옵션 첫 공시수익률을 살펴보면 상위 5개 중 3개가 증권사 상품이다. 

한화투자증권 디폴트옵션 고위험 TDF 2의 수익률이 3개월간 6.71%를 기록해 KB국민은행의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 1(7.86%) 다음으로 수익률이 높았다. 이밖에 고위험 상품군의 신한투자증권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 1(6.2%)과 하이투자증권 디폴트옵션 고위험 TDF 3(5.92%)은 수익률 4‧5위에 랭크됐다.

인지도가 가장 높은 두 증권사들의 경쟁구도도 관심거리다. 우선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규모와 인지도 부문에서 경쟁력이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2일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연금자산 적립금은 업계 최초로 30조원을 넘긴 상태다. 

회사 측은 지난 2월 '퇴직연금MP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며 적극적인 고객 포섭에 나섰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 자료에서 증권사로는 유일하게 디폴트옵션 적립금 상위 5개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높은 수익률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역시 지난 5월 자료를 보면 디폴트옵션 현황 첫 공시에서 초저위험등급과 저위험등급 3개월 수익률 1위를 차지한 곳이 삼성증권이었다. 

삼성증권의 저위험등급 3개월 수익률은 4.02%로 2%대에 그친 다른 증권사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성적을 냈다. 초저위험 포트폴리오 수익률도 1.15%로 가장 높았으며 147억6955만원의 적립금을 모아 개별상품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삼성증권 역시 지난 1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연금S톡'를 출시하며 고객 서비스를 강화했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별로는 중소형 증권사들도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지만 일반 고객들의 시선을 당기는 건 역시 미래‧삼성 같은 대형사들일 것”이라면서 “은행‧보험사들과의 업권별 경쟁도 펼쳐지는 셈인 만큼 활발한 ‘머니무브’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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