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두산 베어스의 연승 질주가 무섭다. 7월 들어 치른 9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이승엽 매직'이 이제는 부동의 2강으로 꼽혔던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에 강력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두산은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원정경기에서 4-1로 이겼다. 6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낸 선발 브랜든, 역전 2타점 2루타를 친 박준영, 쐐기 솔로홈런을 날린 양의지가 승리를 합작했다.

   
▲ 두산이 12일 SSG를 꺾고 9연승에 성공한 후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SNS


파죽의 9연승을 내달린 두산은 42승 36패 1무로 3위를 굳게 지켰다. 2위 SSG(46승 32패 1무)와 승차는 4.0게임으로 좁혀졌고, 1위 LG(49승 30패 2무)와는 6.5게임 차다.

아직 선두권과 격차는 꽤 벌어져 있다. 공동 4위 NC-롯데와 승차가 3.0게임으로 오히려 더 가깝다.

하지만 두산의 최근 연승 기세를 감안하면 추격자들을 신경쓰기보다는 위를 바라보고 달리는 분위기다.

두산이 9연승을 시작하기 직전인 6월 30일만 해도 두산의 순위는 6위였고, 선두 LG와 승차는 11.5게임이나 됐다. 7월 들어 불과 9경기를 치르는 사이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7월 들며 두산의 전력에 특별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해줘야 할 선수들이 제 몫을 하고, 부진했던 선수들이 더 분발하고 있을 뿐이다.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이승엽 감독의 승부사 기질 발휘다. 초보 사령탑 이승엽 감독은 부상자 속출과 핵심 선수의 부진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도 선수들을 다독이며 때를 기다렸다. 7월로 접어들며 전반기 종료가 다가오자, 더 이상 성적이 처지면 후반기 레이스가 어렵다고 보고 '총력전'을 선언했다. 투수 교체나 선수 기용, 작전 등이 과감하면서도 잘 들어맞았다.

   
▲ 초보 사령찹 이승엽 두산 감독이 9연승 매직을 이끌어냈다. /사진=두산 베어스 SNS


그리고 거짓말처럼 9연승 행진을 벌였다. 이 감독의 리더십이 두산 선수들을 '원 팀'으로 묶어 놓은 느낌이다.

두산의 9연승은 김태형 전 감독 시절인 2018년 6월 10연승(구단 최다연승 타이기록) 이후 5년 1개월 만이다. 또한 두산(전신 OB 포함) 감독 부임 첫 해 9연승은 김영덕 감독(1982년)과 김성근 감독(1984년)이 세운 최고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KBO리그 전체를 통틀어 국내 사령탑 데뷔 시즌 최다 연승 기록은 10연승이다. 지금까지 3명(1997년 천보성 LG 감독, 1999년 이희수 한화 감독, 2000년 이광은 LG 감독)만 기록했다. 외국인 사령탑으로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2008년 롯데 감독 부임 시즌 11연승을 올린 것이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두산이 전반기 최종전인 13일 SSG전에서도 이기면 구단 역대 최다 연승 10연승과 타이를 이루고, 이승엽 감독은 부임 첫 해 최다연승을 이끈 사령탑으로 두산 구단의 새 역사를 쓴다.

지난해 두산이 9위로 추락하고, 이번 시즌 초반에도 중하위권에 머물자 '두산 왕조'를 그리워하던 팬들이 이제 다시 희망가를 부르게 됐다. 후반기 선두권 경쟁에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른 '9연승 두산 이승엽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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