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포드·볼보에 벤츠까지 테슬라 충전규격 채택
"NACS 글로벌 표준될 가능성 낮아"
[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차그룹과 테슬라 사이의 전기차 충전방식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미국에서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충전 동맹'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가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방식을 채택할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는 중장기적 기회 요소까지 고려해 철저히 고객에게 더 나은 방안을 제공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GM·포드·볼보에 벤츠까지 테슬라 충전동맹 합류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전기차 분야에 있어 전기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충전이다. 충분하지 않은 충전 인프라는 전기차 확산의 걸림돌로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어떤 규격의 충전소가 더 많이 보편화되느냐에 따라 그 방식을 채택한 차량의 판매량까지도 좌지우지 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 미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테슬라 슈퍼차저 충전소./사진=연합뉴스


현재 미국은 NACS와 기존 미국 표준인 CCS(Combined Charging System)가 경쟁 중인 가운데 미국 정부가 테슬라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CCS1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유럽은 CCS2, 일본과 중국 등은 독자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GM과 포드, 리비안, 볼보, 폴스타에 벤츠까지 테슬라 충전 규격 도입을 발표하면서 테슬라 중심의 '충전 동맹'은 세를 점점 불리고 있다.

벤츠는 독일 자동차 업체 중에선 최초로 테슬라의 충전 네트워크에 합류했다. 벤츠는 내년부터 자사 전기차 운전자들이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2025년에는 테슬라의 충전 규격인 북미충전표준(NACS)을 전면 채택할 계획이다.

볼보자동차는 유럽 차량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미국에서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시설 '슈퍼차저'를 사용키로 했다. GM, 포드, 리비안에 이어 4번째로 NACS 충전동맹에 합류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자동차 제조업체 볼보는 자사 전기차가 미국 내에서 슈퍼차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 리비안 로고./사진=연합뉴스


볼보는 2025년부터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3개국에 판매되는 차량에 NACS 충전 규격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소비자가 원할 경우 CCS 방식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볼보의 짐 로언 최고경영자는 "2030년까지 완전히 전기차로 전환하기 위한 여정의 일환으로 전기차 사용을 가능한 한 쉽게 만들고 싶다"면서 "전기차로의 이행을 막는 주요인 중 하나가 쉽고 편리한 충전시설 사용"이라고 말했다.

중국 모회사 지리자동차가 설립한 전기차업체 폴스타도 2025년부터 북미에서 판매되는 차량에 NACS 충전 포트를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독일 자동차제조업체 폭스바겐도 슈퍼차저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NACS 도입을 발표하면서 현재 미국의 기존 표준 충전방식인 CCS를 사용하고 있는 현대차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더 나은 충전 방식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의 관점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 장재훈 현대차 CEO 사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최근 열린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자사의 차량이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쓸 때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하는지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800V 초고속 충전으로 설계돼 있어 500V인 테슬라 수퍼차저에 연결하면 오히려 충전 속도가 늦어져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테슬라 슈퍼차저는 미국 내 전체 급속충전기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테슬라 충전방식을 택하고 있지 않은 현대차그룹의 북미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NACS가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NACS가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신차를 판매할 때는 NACS로 바꾸어 생산·판매해야겠지만 국내에서는 CCS 콤보1이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면서 "NACS가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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