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성동규 기자]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가 저조한 정비사업 수주성적을 거뒀다. 금리 인상과 함께 인건비,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이 계속되며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는 여파로 풀이된다.

수익성이 예상되는 공사 수주에만 몰리고 수익성이 낮은 곳은 사업 포기도 불사하는 등 건설사들이 갈등요인을 줄이고 이윤을 높이려 수주에 보수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다만 하반기에는 서울 대규모 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어 분위기가 달라질 전망이다.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상문 기자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시공순위 상위 10대 건설사들의 올해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총 7조9960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액 20조500억원과 비교해 60.1%(12조540억원) 줄었다

건설사별로 보면 포스코이앤씨가 2조3144억원으로 가장 높은 수주액을 기록했다.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 서초구 방배신동아 재건축 등과 평촌 초원세경아파트 리모델링, 부산 해운대 상록아파트 리모델링 등 상반기에만 총 7건의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현대건설 1조5804억원, 삼성물산 1조1463억원, GS건설 1조1156억원 등으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뒤이어 SK에코플랜트 7219억원, DL이앤씨 6423억원, 현대엔지니어링 4687억 원, 롯데건설 1728억원으로 가까스로 체면을 지켰다.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없었다. 그나마 대우건설은 하반기에 접어든 이달 8일 서울 양천구 신정4구역 재건축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돼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지난해 초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어 수주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가 조심스러운 데다 재무상황도 녹록지 않아 수익성이 확실히 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서울 주요 지역의 굵직굵직한 정비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어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 내 조합설립을 완료한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총 134곳으로 수주액 규모가 40조원에 달한다. 

당장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지구를 비롯해 개포동 주공 5·6·7단지, 서초구 신반포 2·4·7·12·16·20차 등이 이달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졌다. 성동구 성수동 전략정비구역이나 용산 정비창 일대 등 강북의 인기 재개발 구역들도 이달 이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서울 요지의 정비사업을 수주하는 것은 상징성이 매우 크다. 이런 실적이 향후 수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정비사업이 서울에 집중되다 보니 일부 건설사의 수주액만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은 특정 아파트 브랜드 선호 현상이 워낙 뚜렷하다"면서 "이를 뛰어넘으려면 '출혈 경쟁'에 나서야 하는데 아직 부동산 시장 상황이 불확실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대형건설사 중에서도 수주실적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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