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합병 여부를 결정지을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물산과 엘리멋 매니지먼트 측이 소액주주 잡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주총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우호세력을 포함한 양측의 지분이 대등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일부 소액주주는 대기업에 대한 깊은 반감을 드러내면서 합병에 반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17일 열리는 주총에서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이라 주총 참석주주 2/3이상, 전체 발행주식의 1/3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현재 삼성그룹의 우호지분은 현재 30.99%다. 삼성그룹 특수관계인이 13.82%, KCC 5.96%, 여기에 국민연금 11.21%가 합쳐진 규모다.

반대 측은 엘리엇 7.12%와 이미 반대 입장을 밝힌 일성신약 2.37%에 나머지 외국인 지분 26.41% 중 상당수로 예상된다. 외국인 주주가 20%만 반대해도 30%에 육박한다. 주총에 지분 80%가 출석한다면 53.33%의 동의가 있어야 합병이 성사될 수 있다. 이에 24.33%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표심’이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 소액주주는 삼성이나 대기업에 대한 반감만으로 삼성물산의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사진=연합뉴스
대다수의 소액주주는 삼성물산의 미래를 위해 이번 합병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는 카페까지 만들고 합병에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는 소액주주의 논리는 그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 이들이 합병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엘리엇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합병비율. 하지만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해진 것으로 삼성 측이 자의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합병발표 직전까지 삼성물산의 주가는 건설업황 악화와 단독 성장의 한계, 수익성 하락 등으로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합병이 무산된다면 삼성물산의 주가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에 합병을 추진할 때는 합병비율이 1대 0.35가 아닌 1대 0.2로 내려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엘리엇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조차 "합병이 무산되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22.6%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합병무산으로 하락한 삼성물산의 주가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를 외치면서 지난달 8일 장 중 8만400원을 찍었던 삼성물산의 주가는 이미 6만4000원대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14일 종가인 제일모직 18만원, 삼성물산 6만6700원으로 계산한 합병비율은 0.37로 이번에 결정한 합병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합병무산으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의 몫이 된다. 14일 교보증권은 헤지펀드가 삼성물산 주가 하락에 대비해 이익 확정책을 사용했을 수 있다며 합병이 무산되면 주가 하락 피해는 일반 소액주주에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반면 합병이 성사되면 소액주주의 이익도 커진다. 바이오 분야 등 신성장동력 시너지를 입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로써의 프리미엄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삼성 측은 합병 삼성물산에 대한 배당성향 확대, 거버넌스 위원회 설치 등 여러 가지 주주친화 정책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안정된 지배구조 속에서 주가가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도 커진다.

이제 소액주주도 재벌에 대한 반감으로 합병에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자신에 더 이익이 되는지를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합병은 분명한 삼성물산 주주에 대한 기회다. 합병비율이 현재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적다. 소액주주는 삼성이나 대기업에 대한 반감만으로 삼성물산의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