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점 차이, 승자 엇갈려…HD현대중공업 벌점 결정적
올해 1조원대 잠수함, 내년 7조원대 KDDX 입찰 예정
한화오션, 벌점 적용되는 기간에 방산분야 일감 최대한 확보 계획
글로벌 방산시장 경쟁 예고…기술력 통해 세계로
[미디어펜=김태우 기자]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첫 방위산업 수주전인 울산급 호위함 5·6번함 수주에 한화오션이 승리하며 향후 펼쳐질 경쟁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있을 장보고-III급 잠수함과 내년에 구축함(KDDX)을 두고 펼칠 경쟁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기세를 몰아 향후 예정된 잠수함과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수주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 (왼쪽부터)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공개한 HD현대중공업이 개발 중인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모형과 한화오션의 특수함 모형. /사진=각 사 제공


다만 소숫점 이하의 박빙의 수주전에서 1.8점이라는 큰 패널티가 있는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 불리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일부에서는 목숨이 달린 전투함정을 만드는데 페널티로 결과를 가리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한화오션은 방위사업청이 실시한 울산급 호위함(FFX Batch-III) 5·6번함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방사청은 오는 8월 중 8300억 원 규모로 알려진 울산급 호위함 5~6번함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91.8855점을 받았고, HD현대중공업은 패널티 점수 1.8점을 적용해 91.7433점으로 불과 0.1422점 차이로 밀렸다. 새롭게 출발한 이후 첫 방위사업청 수주에서 결과를 만들어낸 한화오션은 5년 만에 수상함 시장에서 수주를 기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과거 한국형 차기 구축함 개념설계 유출 혐의로 인한 벌점이 결과에 크게 작용했다는 시선이다. 


◇논란의 화근 페널티 제도

울산급 배치3 사업은 최첨단 3300톤(t)급 해군 호위함 6척을 도입하는 최신예 호위함 건조사업이다. 이들 호위함은 해역함대 주력함으로 활약할 예정이며 필요시 기동부대 증원 전력으로도 운용된다.

앞서 1번 함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이후 2~4번 함은 SK오션플랜트(옛 삼강M&T)가 저가전략을 통해 수주에 성공했다. 

대형 군함을 만들어본 적 없는 업체에서 수주를 한 것과 함께 함선에 문제가 많아 이후 전문가들은 국가 방위에 중요한 전력인 함정 건조 업체를 가격 위주로 선정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방사청은 기술 경쟁 방식으로 선정 방식을 전환했다.

처음으로 기술경쟁방식이 도입되며 제안서 평가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입찰에서 20점 만점인 가격점수에서는 양 사 모두 만점을 받았다. 80점 만점인 기술능력평가에서 한화오션은 71.4158점을, HD현대중공업은 72.3893점을 획득해 HD현대중공업이 0.9735점 앞섰다.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이었던 기술력만 놓고 보자면 HD현대중공업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여기에 추가 가점 항목인 '중소‧중견기업과의 협력 지수'에서도 한화오션은 0.4697점을, HD현대중공업은 1.1540점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한화오션이다. 높은 점수에도 HD현대중공업이 경쟁에서 밀린 것은 페널티였다. 

지난 2020년 HD현대중공업 관계자가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설계도면 등 군사기밀을 촬영해 사내 공유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11월까지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의 감점이 적용된다. 

이 같은 평가방식이 온란인상에서 의견이 나뉘고 있다. 목숨이 달린 전투함의 수주에 패널티로 인해 결과가 나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다. 경쟁을 통해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경쟁을 가르는 것이 페널티 점수인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목숨이 달린 전투함에 기술력은 생사를 가를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페널티 점수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쉽다. 최상의 기술력을 통해 완성된 전투함이 대한민국의 전력을 높이기에 좋다는 의견 때문이다. 

   
▲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세종대왕급 구축함(KDX-III, 이지스 구축함). /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하지만 반대의견도 있다. 경쟁이 없다는 것은 기술력이 도태될 수도 있는 일이고 이런 이유 때문에 경쟁을 통한 수주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이 같은 의견은 반기는 모습이다. 경쟁이 없는 것은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국내 산업계에서 경쟁을 통해 글로벌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배터리와 반도체, 스마트폰 등만 봐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페널티 점수로 수주의 성패가 갈린 것은 아쉽지만 경쟁을 통한 기술고도화는 어떤 산업분야에서도 중요한 요소다"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방산시장에서도 경쟁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꾸준한 기술고도화는 필요하다"고 전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K-방산

이번 호위함 수주전 말고도 하반기 장보고-III급 잠수함과 내년에 구축함을 두고 펼칠 경쟁도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이번 수주물량보다 더 큰 규모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올해 4분기 장보고-III급(Batch-II) 잠수함 3번함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1조 원대로 추산되는 잠수함 입찰에는 국내 시장의 98%를 차지하는 한화오션과 함께 HD현대중공업이 참여해 한화오션 출범 후 방산분야에서 두 번째 경쟁에 나선다.

내년에는 KDDX 6척에 대한 입찰이 예정돼 있다. 총 발주금액이 7조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는 KDDX 수주전에는 울산급 호위함에 이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방산시장의 명운을 걸고 다시 한 번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근소한 차이로 울산급 호위함 5~6번함을 수주한 기세를 몰아 절대적 우위를 가진 잠수함 뿐 아니라 KDDX 수주전에서도 승리를 거둔다는 포부다.

이 밖에도 폴란드의 추가 물량과 캐나다의 잠수함 사업 등 글로벌 해양 방산시장에 국내기술력이 높이 평가 받고 있는 만큼 국내 조선업계 자존심이자 양대산맥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앞으로 더 많은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캐나다는 우리 함정 건조 능력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연방조달청과 해군 관계자 등은 지난 5월 HD현대중공업 및 한화오션 조선소, 해군잠수함사령부 등을 찾아 3000톤급(도산안창호함급) 잠수함과 건조 시설 등을 둘러봤다. 

캐나다는 변화한 안보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8~12척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해 구형 잠수함을 교체하는 600억 캐나다달러(약 58조 원) 규모의 차기 잠수함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선 우리 도산안창호함급과 일본 다이게이급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기술점수에서 압도하고도 감점 때문에 0.1점 차로 패한 것은 군 입장에서도 아쉬운 일"이라면서도 "다만 패널티를 받은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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