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후 무역수지 변화…중국선 적자, 미국 흑자 확대
최태원 "마켓 쪼개지기 시작…그간 상대하지 않았던 시장 상대해야"
탈중국 기회포착·교역국 및 품목 다양화·기술력 우위 정책 지원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제조업이 미중 무역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악재 영향으로 부진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 등이 겹치면서 IMF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아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제조업 불경기를 해소하고 제조업 강국의 면모를 하루 빨리 되찾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미국과 중국을 시작으로 유럽까지 전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시대로 회귀하면서 수출 위주의 우리나라 제조업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여파로 우리나라 주요 수출 지형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수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는 2018년 537억 달러에서 지난해 12억 달러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35억 달러에서 279억 달러로 늘었다.

   
▲ 지난해 5월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18년 미중 무역갈등이 시작되면서 대중 무역수지가 급격히 악화되는 동시에 대미 무역수지는 흑자 폭을 키운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현재까지 더욱 심화돼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수지는 131억 달러 적자에 빠졌고, 대미 무역수지는 183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무역수지 양상 변화가 미중갈등 등 대외 변수에 의한 부분이 절대적이어서 앞으로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냉전시대로의 회귀...미국, 중국 위주 보호무역주의 전개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2차전지(배터리) 등 미래 핵심 제조품목을 중심으로 자국 산업 보호, 이른바 보호무역주의 시대로 돌입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마련한 'WTO 사무총장과의 대화'에 참석한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미중 관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여러 정부가 무역 관계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개방된 경제와 WTO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최근 '제46회 제주포럼' 개회사를 통해 "옛날엔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어서 물건만 좋으면 다 팔렸다. 수출주도형 경제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미·중을 시작으로 이제 마켓이 쪼개지기 시작했고 보호무역주의에 이어 정치·안보 논리까지 들어왔다. 지구에서 그간 상대하지 않았던 시장을 상대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게 대한민국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전통적인 무역구조에서 벗어나 맞춤형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의는 '글로벌 무역 구조의 변화와 대응 과제' 보고서를 통해 △탈중국 기조와 기회 포착(Altasia) △경제외교 강화를 통한 교역 구조 재편(Restucturing)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Technology)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 수출 컨테이너 항만./사진=부산항만공사 제공


우선 '알타시아(Altasia)'는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언급한 대안(Alternative)과 아시아(Asia) 합성어다. 서방 입장에서 중국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는 아시아 주요 14개국을 뜻하는데, 한국이 포함된다. 

미국·유럽 시장에 중국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나라는 없지만 기술, 물류시스템, 자원, 투자, 임금 등 내재적 역량으로 몇몇 요소에서 서방의 교역 상대국으로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대체국으로 여겨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2~3년 사이 '국내대순환전략'과 같은 경제 내수화, 산업 내재화를 추진함에 따라 대중 수출이 감소되기는 했지만, 중국 외 지역에서 한국 수출이 늘어나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수출 6836억 달러 중 수출 상위 3개 국가(중국·미국·베트남)가 차지하는 비중은 47.8%(3265억 달러)다. 10대 수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70.6%(4823억 달러)이고, 가공 단계별로는 중간재 수출 비중이 74.2%(5073억 달러)로 일부 국가 편중, 일부 품목 편중, 중간재 중심의 수출 구조를 갖고 있다.

대한상의는 "일부 국가에 치중된 교역 대상국을 성장 잠재력 높은 인도·태평양 국가와 중동·아프리카 시장으로 넓히고,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편중된 수출 상품도 다변화해야 한다"며 "아울러 중간재 중심의 수출 품목도 수입선 대체가 어려운 고위 기술 제품과 소비재 완제품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정책 지원 필수...차세대 성장동력 키워야

기술력 우위 유지를 위한 정책 지원 강화도 필요하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첨단 분야에 대한 기술 투자 위험을 분담하고, 본원 경쟁력 유지를 위해 마더 팩토리(국내외 생산시설 중 제품 설계와 연구개발, 디자인 등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공장)를 국내에 구축·유치하기 위한 정책이 뒤따라아 한다는 지적이다. 

또 전략 산업·원천 기술 분야 투자에 집중하고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중 충돌과 과학기술 안보화가 본격화되면서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보고서는 "외교 안보, 경제·산업, 사회 자산 간의 균형과 축적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와 정부의 뚜렷한 정책 방안이 없다"며 미중 무역갈등과 공급망 문제의 해법으로 '글로벌 협력'을 제시했다.

또한 보고서에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첨단바이오와 인공지능이 중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바이오 부문과 인공지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 선점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첨단바이오 분야 중에서도 ‘합성생물학’이 유전체 기술 발전과 데이터 분석 시스템 고도화에 따라 혁신 성장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미중 무역 갈등이 구조화하면서 중국 시장에 제한적, 전략적 접근이 불가피하고, 중국 내수 시장 맞춤형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며 "미국을 큰 축으로, 교역국을 확대해 무역구조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