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자동차 경량화 물결
소재산업 패러다임 '대전환'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최근 연비 향상을 위한 자동차 업체의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각국 완성차 업체는 연비를 획기적으로 높인 신 모델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는데, 이같은 저연비 경쟁은 자연스레 경량화 경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 것과 병행해 차량의 중량을 줄여야 하는 것은 연비 향상의 필수 조건. 이에 완성차 업계는 첨단 소재와 부품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 애플 아이폰6 / 미디어펜 자료사진

폭스바겐의 XL1은 탄소섬유 강화 복합소재(CFRP, 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와 마그네슘을 사용해 차량의 중량을 795kg으로 낮췄다. 포르셰의 카이맨은 복합 알루미늄-스틸 구조로 된 디자인으로 차량 중량을 47kg을 감소시켰다. 911 카레라는 차체의 절반 이상을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 80㎏ 감량에 성공했다.

특히 르노의 이오랩 모델에는 포스코의 경량화 강판이 적용돼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트윕강(TWIP)은 이오랩의 A필러에, 프레스성형강은 자동차 바퀴 사이의 문짝을 떠받치는 지지대에 적용됐고, 마그네슘 판재는 차량 루프의 중량을 5.5kg나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량화는 부품 일체화를 통해 무게를 줄이는 모듈화와 가벼우면서 내구성이 우수한 첨단 소재의 적용 등으로 집중되고 있다.

경량화는 자동차와 함께 항공우주 등 수송 분야 전반에 걸쳐 큰 관심사다. 항공산업에서는 더 많은 승객과 짐을 더 적은 연료로 운송하고자 하는 데에서 연비 경쟁이 시작된다. 때문에 비교적 가벼운 알루미늄 합금이 항공기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근래 들어 경량화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확대되고 있다. 탑승자의 안전 규제도 강화되고 있는데, 자동차 기업들이 연비만을 높이기 위해 가벼운 소재만을 사용하다가 강도가 약해진다면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관련 기업들은 기존 강철 대비 성능이 우수한 고장력 강판(AHSS: Advanced High Strength Steel)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고장력 강판은 알루미늄 합금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가공이 쉬운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데 더해 소비자는 경량화 요구와 함께, 제품 디자인, 방열, 친환경성 등 새로운 가치까지 동시에 충족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모바일 IT분야에서 특히 활발히 일어나고 있으며, 현재 부상하고 있는 메탈 소재가 대표적이다.

애플에서 시작된 스마트폰에서의 메탈 소재 채택은 삼성에 이어 샤오미, ZTE 등 중국 기업까지 확대됐다. 이 파장은 모바일 악세서리까지 이어졌다. 애플은 지난 2008년부터 맥북 노트북에 알루미늄 유니바디(Unibody) 디자인을 적용해오고 있다. 2010년 아이폰4의 테두리 부분을 시작으로, 아이폰6에서는 바디 전체에 알루미늄을 채용함으로써 스마트폰에서의 메탈 사용 확대를 부주켰다.

애플은 아이패드에도 알루미늄을, 최근 출시된 애플워치(Apple Watch)에는 스테인레스, 금까지 메탈 소재를 확대하며 고강도·경량화뿐 아니라 프리미엄 디자인을 선도하고 있다. 차기 모델인 아이폰6S에는 기존 6000시리즈보다 더 강한, 7000시리즈의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냉장고, TV 등 다양한 가전의 디자인 프리미엄 측면에서도 메탈이 인기를 얻고 있다. 가전에서의 메탈 사용은 경량화나 고강도 같은 기능 측면에 더해 디자인이라는 가치를 더해줌으로써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BMW i3 / BMW코리아 제공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제품 차별화가 요구되면서 경량화는 필수적 과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제품 디자인, 친환경성, 열 제어 등 가치 제공이 더해지는 시대, 즉 ‘경량화 2.0’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적용 분야도 기존 분야를 포함해 대중적인 양산차, 웨어러블/모바일 기기, 드론(Drone) 등으로 확장중이다.

경량화 2.0을 주도하는 또 하나의 소재는 탄소섬유다.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근 CFRP를 주목하고 있다. 탄소섬유는 철의 50%, 알루미늄의 약 80% 수준으로 가벼우면서도 훨씬 고강도이기 때문이다. 이에 메탈을 대체할 경량화 소재로서 각광받고 있다.

또한 탄소섬유는 모든 화석자원에 포함돼 있는 탄소가 주원료이기 때문에 다른 메탈 소재들과 달리 고갈, 수급안정 등의 문제가 없다는 강점도 가진다. 따라서 전세계 자동차산업에 도입되는 탄소섬유는 2013년의 3,400톤에서 2030년에 9,800톤으로 약 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CFRP 역시 장점만을 가지는 소재는 아니다. 그 중에서 실질적으로 CFRP의 확산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문제는 가격과 생산성이다. 하지만 최근 BMW를 중심으로 빠르게 해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전에도 탄소섬유 및 CFRP를 슈퍼카, 컨셉카 등에 적용한 경우는 많았지만, 가격과 생산성의 문제로 양산차에 적용한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BMW는 탄소재료 전문기업인 SGL 카본과의 JV 체결을 기반으로 CFRP 개발 및 생산을 내재화했다. 이를 통해 가격을 양산차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었다.

또한 자동화 접착 공정 등의 다양한 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성도 대폭 개선했다. 2014년 BMW는 최초로 CFRP를 채택한 양산차인 i3를 출시했다. 출시가 발표된 후에도 과연 이러한 고급 소재가 양산차에 적용이 가능할 것인가, 안전성 등의 문제를 인지하고도 고객들이 선택할 것인가 등에 대해 다양한 시선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i3는 전세계적으로 출시 후 2만6000대 이상을 판매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3월 출시 후 순수 전기차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200대 이상이 팔렸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경량화를 위한 소재 다원화 시대로 가면서 소재산업과 소재 관련 산업에서 다양한 혁신이 동반될 것"이라며 "소재 기업들로서는 순식간에 자신의 사업에 해당하는 소재의 수요가 대폭 감소하는 경쟁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고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새로운 경량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