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황진하 국회 국방위원장이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중국이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제공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내외 외교전문가들은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황 위원장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핵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는 만큼 새로운 제안을 해야할 때"라며 "한·미 관계처럼 핵보유국인 중국이 북한에 안보를 제공하는 방안의 하나로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황 위원장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하는 명분은 결국 미국의 핵위협으로부터 스스로 정권의 생존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중국이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을 조건으로 핵을 포기하라고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 하나의 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황 위원장은 "중국의 대북 핵우산 제공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지만 한번 시도할 만하지 않느냐"며 "중국이 지금까지 6자회담 등을 통해 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잘 모른다. 따라서 우리가 중국에게 새로운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1년 전부터 미국에 와서 (관계자들과) 안보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이런 제안을 해본 적이 있지만 아직 중국에는 이야기해보지 않은 상태"라며 "앞으로 중국을 방문하면 이 같은 제안을 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 출신인 에반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민족주의보다 더 강력한 것이 북한의 민족주의"라며 "북한 김정은 정권이 중국군 병사 한 명이라도 국경을 넘어 자국 영토로 넘어오는 것을 허용할 리 만무하다"고 반박했다.

유명환 전 외교장관은 "한·미 동맹 차원에서 핵우산 제공이라는 개념이 가능하지만, 북·중 관계 측면에서 그것이 가능할지 좀 더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중국이 주변국에 핵우산을 제공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한반도에서 적화통일을 이루겠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북한의 의도를 감안할 때 중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도 북한이 중국에 종속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중국에 의한 대북 핵우산 제공과 군대 주둔 허용 등이 현실적으로 가용하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핵 문제를 더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인식 속에서 그같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나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북한에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