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비전 문제 노출…'정치공학' 벗어나 한국경제 살리기 고민할 때
이른바 ‘유승민 파동’은 한동안 국내 정국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며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유승민이라는 정치인에 대한 이해득실을 말하는 동안 국내경제는 갈수록 더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경연 초빙연구위원)는 자유경제원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번 기회에 친박 비박, 대통령의 진노와 사과,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고 안남고 등의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일 침체구도로 고착되고 있는 한국경제를 소생시키고 한국을 선진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새누리당이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논지다.

아래는 오정근 교수의 칼럼 전문이다. [편집자주]

 

   
▲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한경연 초빙연구위원

국회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불거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문제를 보는 국민들의 심경은 실로 참담하다. 한국경제는 2012년 이후 수출의 급격한 둔화로 장기침체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작년 세월호 참사에 이어 금년에는 메르스까지 발병해 기업투자심리와 가계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내수마저 붕괴직전까지 와 있다.

추경을 편성해 가까스로 추가침체를 막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야 말로 백척간두에 서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법 파동으로 경제활성화법과 추경을 다루어야 할 국회는 올스톱된 상태이니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심경은 말할 수 없이 참담할 수 밖에 없다.

국회는 이 문제를 하루 빨리 돌파하고 경제살리기에 전념해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수순이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적지 않겠지만 유 원내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해 문제를 푸는 것이 순서였다.

당초 국회법개정을 주장해 이번 사태에 일단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야당도 더 이상 트집 잡지 말고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그나마 국민신뢰를 회복하고 다음 총선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번번이 질 수도 없는 선거에서 진 이유를 깊이 성찰해 보아야 희망이 있다.

지난 2월 원내대표 취임 이후 유 원내대표의 행보를 돌아보면 그의 정치철학과 한국경제에 대한 비젼이 새누리당과 부합하는지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의아해 한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취임 일성으로 들고 나온 것이 중부담 중복지다.

이는 한국의 소득수준과 복지성숙도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OECD회원국 평균과 비교해 한국은 저부담 저복지이므로 복지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온 야당과 궤를 같이 하는 주장이다. 한국의 소득수준과 복지성숙도를 고려하면 이미 중부담 고복지 수준이어서 이대로 가면 재정파탄이 난다는 분석들도 줄을 잇고 있다.
 

   
▲ 지난 2월 원내대표 취임 이후 유 원내대표의 행보를 돌아보면 그의 정치철학과 한국경제에 대한 비젼이 새누리당과 부합하는지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의아해 한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취임 일성으로 들고 나온 것이 중부담 중복지였다. /사진=연합뉴스

거의 반년을 끌어 온 공무원연금법은 지급율을 현행 1.9%에서 1.7%로 20년에 걸쳐 고작 0.2%포인트 낮춘다는 하나마나식의 개정을 하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자는 야당의 주장에 합의해 국민연금 고갈시기를 앞당기게 되는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어린이집 CCTV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 시에는 아무 연관도 없는 광주 구 전남도청부지에 건설 중인 아시아문화전당에 대한 연간 800여 억원 국고지원, 향후 5조원 추가 건설비용이 소요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특별법을 통과시켜 주었다.

최근에는 일부 야당의원들도 제안해 놓고 있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도 제안해 놓고 있다.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독일 사민당 슈뢰더 총리와 영국 노동당 블레어 총리도 이미 1999년 "슈뢰더 블레어 선언"을 통해 "사회적" 개념보다 "경제적" 개념을 강조한 사민주의의 현대화를 선언하고 있는 마당에 느닷없이 추락하고 있는 경제를 더욱 추락시킬 수밖에 없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본법 제정을 들고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포퓰리즘 광풍이 휘몰아칠 전망이다.
 

   
▲ 국회는 하루 빨리 경제살리기에 전념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일련의 그의 행보를 보면 과연 그의 정치철학과 한국경제에 대한 비전이 추락하고 있는 한국경제를 소생시킬 수 있을 것인지, 한국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있는 국민들의 성원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일리가 없다고만 할 수 없다.

특히 그가 사퇴의 변에서 "정의로운 보수. 따뜻한 보수" 운운하면서 '자신이 추구해 온 가치'를 지키기 위해 사퇴를 미루어 왔다고 함으로써 그의 철학과 비전의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정의로운 보수. 따뜻한 보수" , 지난 선거를 치르는 동안 경제민주화 논쟁 중 많이 듣던 단어들이다. 진정으로 "정의로운 보수. 따뜻한 보수" 는 기업투자가 활성화되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기업투자에 대한 각종 규제를 도입해 투자 빙하기를 만들어 일자리는 앗아가면서 재정부담의 한계를 넘어선 복지와 연금, '사회적'이라는 미명하에 좀비기업 지원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 구축과 같은 인기영합주의 결과가 오늘날 그리스 모습이 아닌가.

국민들도 이제 이처럼 눈앞의 달콤한 수식어나 몇 푼씩 지원 받는 것 보다는 당당하게 내 일자리를 갖는 길을 선택하는 성숙된 자세를 보일 때가 되었다. 누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는가가 국민들의 선택기준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러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뒤쳐질 수밖에 없는 계층에 대해서는 기초생계비 지원과 같은 기본적인 사회복지대책이 있어야 하고 지금도 그러한 복지는 제공하고 있다.

그가 내던진 또 다른 사퇴의 변 "대한민국의 민주공화국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라는 변은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지금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란 말인가. 비젼과 철학의 차이에서 오는 혼선이 초래한 결과에 대한 성찰 없이 민주공화국 운운한 데서 그의 정치가로서의 포용력과 그릇을 보여주었다.

진정으로 민주공화국 여당의 원내대표라면 '개인의 가치'만 주장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들이 '당의 가치와 노선'에 부합하는지를 의총에서 먼저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그런 과정은 없이 그가 말한 대로 '개인의 가치'를 추구해 오다 벽에 부딪히자 민주공화국 운운하는 것은 말 그대로 민주공화국 여당 원내대표의 자세라고 보기 힘들다.

이번 기회에 친박 비박, 대통령의 진노와 사과,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고 안남고 등의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침체하고 있는 한국경제를 소생시키고 한국을 선진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새누리당이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진정한 보수의 길이 무엇인지, 어떤 인물들을 내년 총선에서 공천해서 물갈이를 해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일대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한경연 초빙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