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 고공농성에 피눈물 흘리는 전광판 운영사

[미디어펜=김태우기자]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장하고 있는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전광판 고공농성으로 엄한 전광판 회사와 직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집단이기주의로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자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전광판 회사 직원들의 시위가 이어지며 문제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 기아차 하청 노조원들의 기습점거 농성으로 2달 가까이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인권위 전광판 운영회사 명보 애드넷 직원이 플래카드를 들고 조속한 농성 해제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명보 애드넷 관계자 제공

지난달 11일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한규협, 최정명 씨는 서울시청 앞 국가인권위 옥상 전광판을 불법 점거하고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에 고공농성을 하는 사람들의 감전위험 등의 안전을 이유로 전광판 광고가 중단됐고 전광판 운영사인 ‘명보애드넷’은 광고를 내보내지 못해 큰 손실을 입고 직원 월급까지 지급 못하고 있는 상황에 처했다.

현재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로 이 2명의 농성자들은 기아차가 법원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며 모든 비정규직을 즉각 정규직화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농성자들의 농성은 오히려 법 원칙을 무시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법원 판결은 최종심까지 총 2번의 항소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는 판결에 객관성을 기하기 위한 것으로,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주어지는 당연한 권리이다. 그럼에도 두 노동자들은 1심 판결이 마치 최종 판결인 것처럼 이를 따르라는 주장을 고수하며 농성을 펼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최종심이 나오기 전까지의 재판은 확정이 아닌 진행 중인 것으로 간주한다. 최근 사내하청 근로자지위확인 관련 금호타이어, 한국타이어가 각기 엇갈린 판결이 나왔고 항소가 진행중이다. 1심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이들 두 업체도 각기 다른 판결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농성자들의 주장을 관철 시키려는 것은 있을수 있는 일이지만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타인의 생계를 위협해가며 피해를 주는 것은 매우 비상식적인 일이다.

현재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규협, 최정명씨와 이들에게 동조하는 일부 노동계는 즉각 불법행위를 멈추고 최종심 판결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노력이 빚은 이기심, 엄한 전광판 운영사 ‘눈물’

이들 농성자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아무 연관 없는 다른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도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명보애드넷은 고공농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광고가 중단된 상태고, 이 때문에 수익이 ‘제로(Zero)’가 된 상황이다.

직원들은 이 때문에 두 달 가까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봉 6000만원에 육박하는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그들의 3분의 1수준인 연봉 2000만원의 명보애드넷 직원들의 생계를 위협 하고 있는 것이다.

한규협, 최정명 씨 등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받는 연봉은 평균 5700만원 정도로 웬만한 대기업 직원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최정명씨의 경우, 부인인 권 모 씨가 2010년 고양시 기초의원 후보 출마 때 공개한 재산은 15억7100만원으로 백만 불이 넘는 자산을 보유했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그럼에도 월 200만 원도 안 되는 명보애드넷 직원들의 일터를 담보로 무리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들보다 힘들게 살고 있는 다른 이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의 이런 비상식적인 고공농성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인 박점규 집행위원도 기고문을 통해 한규협·최정명씨 전광판 점거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노동계 내에서도 한규협·최정명씨의 고공농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공농성으로 실질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명보애드넷의 한 관계자는 “어느 날 갑작스런 점거농성으로 아무 관계없이 열심히 살고 있던 우리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기아차 사내하청 직원이라면 연봉도 우리보다 몇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우리 사업장을 점거해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현상황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한 그는 “이 상황이 장기화되면 애꿎은 우리들만 죽어나가는 것 아니냐”며 “조속히 이 상황이 마무리되고 우리도 다시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고공농성을 벌이는 이들의 조속한 철수를 촉구했다.

현재 명보애드넷은 한규협·최정명씨의 행동을 규탄하며 국회의사당, 남대문 경찰서, 인권위, 기아차 화성공장 등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명보애드넷은 호소문을 통해 “월급 지급은 커녕 도산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며 “비정규직 관련 사회적 이슈는 알고 있으나,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남이야 어찌 되었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투쟁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사업장을 점거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조속한 철수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