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더 많은 변화 주문…인력감축 예상·규모 주목
‘개성공단 업무’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존폐에 관심
"무작정 ‘빼기 식 조직관리’ 안돼…합리적 재배치 필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남북관계가 오랫동안 경색 국면으로 벗어나지 못하면서 통일부에 대한 더 많은 변화가 예고됐다. 윤석열정부 1년을 넘기면서 대통령의 “대북지원부 같다”는 지적에 따라 통일부는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지난 4월 이미 한차례 조직개편이 있었으나 감원이 없었던 만큼 이번엔 인력감축에 포커스가 맞춰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MB 초기 수준으로’란 말이 돌면서 개편의 폭에 관심이 쏠린다. 과거 이명박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 ‘통일부 폐지’를 검토했다가 존치로 선회했으나 통일부 본부 인원 290명 중 28%에 이르는 80명을 감원했다. 사실 ‘정체성 변화’를 위해 굳이 감원은 필요 없으나 대대적인 인력감축이 고강도 개혁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명박정부 때 감원 결과 당시 소속기관 정원까지 모두 합친 규모가 550명에서 15% 줄어들어 470명이 됐다. 현재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의 김태효 1차장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모두 ‘MB 청와대’의 수석과 비서관 출신이므로 통일부 개혁에 이 정도 감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남북 간 교류협력, 남북대화, 개성공단 관련 부서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의 경우 당장 할 일이 없는 만큼 교류협력국과 통합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개성공업지구재원재단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구조조정 중이며, 이 밖에 기능이 중복되는 부서 중심으로 통폐합을 예상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이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해산 등 150명 인력 감축에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운영비 30% 이상 삭감 등의 대통령실 지시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통일부 안팎에선 ‘통일부의 정체성’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구조조정처럼 숫자를 상정해놓고 구조조정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2023.7.21./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실제로 통일부 쇄신의 임무를 띠고 윤석열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부임한 권영세 전 장관 시절 1년간 인력 감축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이 시기 신규 직원이 20~30명 늘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직제를 신설하거나 폐지하는 것 모두 현실에 맞게 기능을 조정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므로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통일부는 지난 4월 한차례 변화를 꾀하면서 인도협력국을 인권인도실로 개편하고, 정세분석국장 아래 북한정보공개센터장을 신설했다. 대표적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는 임무를 확대한 것이다. 인권인도실엔 인권정책관이, 정세분석국엔 북한정보서비스과도 신설됐다. 

또 통일부 장관 직속 통일미래전략기획단의 기능을 통일정책실로 편입해서 통일전략기획관과 통일미래추진단을 설치했다. 교류협력실은 교류협력국으로 개편했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 기능을 남북회담본부로 통합 이관하고, 회담본부 내 남북연락과를 설치했다.

연락사무소 사무처 기능의 이관은 2020년 6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3년만의 조치이다. 또한 통일부의 북한인권 업무의 경우 박근혜정부 때 북한인권과가 신설된 이후 문재인정부에선 거의 금기시된 분야인 만큼 현정부 들어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남북 대화 및 교류협력에 주력하던 통일부가 부처 역사와 함께해온 남북회담본부의 상근회담대표 자리를 아예 없앤 것도 꽤 상징적인 변화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김영호 장관 후보자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장관에 임명될 경우 중점 추진할 정책에 대해 정보분석 강화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내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다른 정부부처와 협력체계를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또 그는 “헌법가치 실현을 목표로 하는 통일부는 외교부와 명확히 구분되는 목적과 역할이 있다”며 “통일부를 외교부와 통합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통일부 변화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작정 ‘빼기 식 조직관리’는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무조건적인 숫자놀음이 아니라 기능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 상황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강조하더라도 교류협력 부서도 잘 관리하면서 언젠가 재개될 수 있는 남북 대화 및 협력을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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