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중소형사 막론하고 상장 당일 '초긴장'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공모주 제도 변화로 상장 첫날 주가가 최대 400%까지 상승할 수 있게 되면서 신규상장(IPO)주에 대한 신드롬 수준의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공모주 청약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신규종목 상장일마다 각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마비가 우려될 정도다. 각 증권사들은 분주하게 정비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 공모주 제도 변화로 상장 첫날 주가가 최대 400%까지 상승할 수 있게 되면서 신규상장(IPO)주에 대한 신드롬 수준의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PO주들이 상장 때마다 국내 증시 수급을 집어삼키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코인 수준의 변동성이 허용되면서 이른바 ‘단타대회’가 열리는 양상이 지속 중이다.

현재 IPO주들의 상장일에는 ‘갭 뜨고 주저앉기’가 일종의 공식으로 형성돼가고 있다. 특히 상장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종목일수록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지난달 30일 상장한 알멕의 경우 공모가 5만원의 3배 수준인 14만5400원으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장중 한때 18만원까지 올랐다가 결국 9만9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고점에서 잡은 투자자라면 단 하루만에 ‘반토막’을 경험한 셈이다.

지난 6일 상장된 이노시뮬레이션 역시 공모가 1만5000원의 3배인 4만5000원에서 시초가를 형성한 뒤 3만5000원으로 상장 당일 거래를 마쳤다. 이노시뮬레이션은 이후부터 지난 24일까지 무려 13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해 지난 24일 주가는 공모가에 가까운 1만7320원까지 떨어졌다. 25일인 이날도 주가는 하락세다.

결국 최근 IPO주들 주가는 기업 자체의 펀더멘털과는 관계없이 수급만으로 장 초반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가 점점 주가가 내려가는 패턴을 만들어가고 있다. 예외가 되는 경우는 시초가 갭이 뜨지 않은 교보14호스팩(7월6일 상장)을 비롯해 소수이며, 많은 기대를 모았던 필에너지‧센서뷰‧와이랩 등이 모두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수천억 원의 거래대금이 순식간에 움직이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각 증권사들의 MTS에도 전산 오류가 생기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센서뷰 상장 첫날이던 지난 19일 주관사인 삼성증권 MTS에서 약 8분간 조회화면이 뜨지 않는 오류가 있었다. 원인은 동시접속자 폭증에 의한 서비스 지연이었다.

중소형사가 주관하는 IPO의 경우에는 아예 다른 회사 MTS로 주식을 옮기는 ‘타사 대체출고’ 서비스가 청약을 받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추천되기도 한다. 통상 대체출고 수수료가 꽤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초 단위로 주가가 바뀌는 상장 당일 특성상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다.

예를 들어 DB금융투자가 지난 13~14일 진행한 뷰티스킨 공모청약 과정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진 사례가 있다. DB금융투자는 이미 뷰티스킨 공모 과정에서 투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 서버를 증설했음에도 이번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막론하고 MTS의 전산 안정성을 확보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산장애 민원은 금융투자업계 민원 중 절반 정도를 독식할 정도로 압도적인 불만사항”이라면서도 “특히 중소형사들의 경우 청약 마감일이나 신규상장 당일 같은 특수한 경우 때문에 1년 내내 높은 수준의 서버증설 운영비를 감당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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