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벌처펀드·국제알박기 아니다?…아르헨·델파이의 생생 증언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엘리엇은 먹튀? 음모론이라 일축하는 엘리엇

엘리엇의 아태지역 총괄투자책임자 제임스 스미스 회장은 지난 11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에 대한 경영권 위협론 및 ISD제기론에 관해 음모론이라 일축했다. 스미스 회장은 20년 전부터 한국에 투자해왔고 보유중인 삼성물산 지분 7%는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내고 떠날 정도로 적은 주식보유량이 아니라는 점을 들면서 “엘리엇은 ‘먹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폴 싱어 엘리엇 회장이 한국에 대해 오랫동안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서 “폴 싱어 엘리엇 회장은 2002년 월드컵 기간 중 ‘붉은악마’ 복장으로 한국 대 독일 전에서 한국을 응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엘리엇의 언론플레이는 국내 여론에 ‘먹튀’, ‘벌처펀드’, ‘국제알박기’라고 찍혀있는 회사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엿보인다.

엘리엇,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지 않는다. 엘리엇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엘리엇은 현재 삼성물산 주식 7700억원 어치(16일 오후 3시 기준, 주당 6만9300원)를 쥐고 17일 열릴 삼성물산 임시 주총에서 합병에 반대표를 던진다. 믿어달라며 마지막 읍소를 펼치고 있는 앨리엇, 자신들의 차가운 과거를 지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국제 금융계에서 ‘먹튀’ 헤지펀드의 수장으로 악명이 높은 폴 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 회장.

엘리엇의 과거 투자행태는 줄긋지 않은 호박의 행태다. 엘리엇은 1996년 2000만 달러짜리 페루 채권을 1140만 달러에 매입한 후, 소송을 통해 (이자를 더한) 5800만 달러를 돌려받았다. 아르헨티나에서는 6억3000만 달러짜리 채권을 4800만 달러(액면가의 7%)에 매입한 후, 소송을 통해 16억 달러를 받았다. 2011년 아프리카 콩고에서는 국제원조자금을 볼모 삼아 2000만 달러 부실채권으로 9000만 달러를 벌었다.

이뿐만 아니다. 2005년 오웬스코닝 사례에서는 엘리엇이 보상금 문제로 부도난 회사를 인수한 뒤, 보상액을 줄여 매각해서 논란을 남기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GM회생작업에 부품회사 델파이를 인질로 삼아 13억 달러에 가까운 이익을 챙겼다. 2012년 BMC소프트웨어, 2013년 넷앱, 2014년 EMC, 2014년 WM모리슨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엘리엇은 지분 1% 내지 2%, 5%를 확보한 후 핵심자회사/자산 매각을 요구하거나 구조조정 요구, 이사 교체 후 사모펀드에 회사 매각 등의 행태를 보였다.

해외 먹튀, 이제는 지겹다

우리나라에서의 해외자본의 먹튀 행태가 이어졌다는 점은 공공연한 진실이다. 2003년 SK에 대한 경영권 공격 빌미로 소버린은 9000억 원을 챙겼다. 이듬 해 2004년, 헤르메스는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한 후 380억 원을 벌었다. 2006년에는 아이칸이 KT&G로부터 1500억 원을 벌었다. 가장 유명한 해외 먹튀 사례는 론스타다. 2003년 외환은행을 1조 3800억 원에 인수했던 론스타는 고율배당과 블록세일을 통해 6조 8000억 원을 벌었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현재 론스타는 한국정부를 상대로 5조 1000억 원의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을 제기하고 있다.

   
▲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그룹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합병비율의 '불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삼성그룹의 합법적인 승계과정을 악용하여 막대한 이득을 취하려는 ‘행동주의’ 행태라는 지적이 많다.

폴 싱어 앨리엇 회장이 2002년 붉은 악마 복장을 입었다고 해서 한국시장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다고 밝히는 앨리엇의 언론플레이는 애처로울 정도다. 차라리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중장기 성장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냈다면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삼성 오너경영체제 및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의식 제기를 통해 한국 국내의 반(反) 대기업 포퓰리즘에 기대려 했던 앨리엇은 이제 ‘해외 먹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앨리엇의 자충수, 제 무덤 파기이지만 주사위는 던져졌다. 모든 것은 17일 열릴 삼성물산 임시 주총에서 가려질 것이다. 소식을 들을 앨리엇 폴 싱어 회장의 얼굴이 기대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싸고 삼성과 엘리엇 간의 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행보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11.61% 지분율로 삼성물산의 제 2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쥔 형국에서 국민연금은 삼성을 선택했다. 17일 열릴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보통주 지분은 11.21%다. /사진=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