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헌재 "파면 사유 아냐"...탄핵안 의결한 지 167일만 '기각' 결정
국힘 "당연한 결과...거대 야당 국민 참사 정쟁 도구 악행 책임져야"
야당 "책임 자유롭지 않아", "면죄부 안돼"...유족측 "국가 책임 부정"
[미디어펜=이희연 기자]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 탄핵 심판 청구를 재판관 9명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10.29 참사 부실 대응'을 문제 삼아 지난 2월8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167일 만이다. 헌정 사상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 기각 결정이 나오자 "당연한 결과"라며 "거대 야당이 국민적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은 악행에 대하여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라고 밝혔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면죄부가 될 수 없다"라며 헌재 결정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이 장관 탄핵 소추안의 주요 쟁점은 3가지다. 첫 번째로는 이태원 참사 전 주무 장관으로서 사전 예방 조치를 했는지다. 두 번째는 참사 발생 직후 적절한 사후 재난을 했는지다. 마지막으로 참사 후 언행 등 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의무를 지켰는지다.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헌법 재판소는 3가지 모두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설치 운영을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중대본 운영 전까지 행안부 및 여러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상황보고, 대응지시 등 교신된 점을 고려하면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이 현저히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또 "피청구인의 참사 원인 등에 대한 발언은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어 부적절하다"면서도 "발언으로 인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안전관리 행정 기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앞서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라는 취지로 말해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 탄핵 소추 심판 기각 결정이 나오자 "국회 논의 단계부터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었으니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라며 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시간이라고 반격에 나섰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기현 대표는 헌재 결정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거대 야당이 오로지 당리당략을 위한 수단으로 국민적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은 악행에 대하여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라며 "탄핵소추 같은 마약에 ‘중독’된 채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분노를 교묘히 증폭시켜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뒷골목 정치’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반(反)헌법적 탄핵소추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를 해체시키고 그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하여,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참사를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해 고통을 가중시키는 이러한 처사를 차제에 근절해야 할 것"이라고 민주당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없었고, ‘성실 의무 위반’에 있어 ‘고의성’이 없는 것이 명백하였기에 애당초 이번 탄핵심판은 탄핵 사유조차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라며 "국민 피해만 가중시킨 민주당의 습관적 ‘탄핵병’을 이제는 국민심판으로 죗값을 치러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반면 민주당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탄핵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건 국가의 제1책무이고 행안부 장관은 그 일을 수행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지금이라도 희생자에게 사과하고 반성하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겠다는 다짐을 하길 촉구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안이 기각됐다고 해서,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상민 장관이 이태원 참사 책임의 면죄부를 받은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이 장관은 사실상 관재였던 이태원 참사 사건 발생의 책임자로 사건 발생 이후 참사 경위와 원인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의 반복으로 희생자와 유가족,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던 가해자"라고 비판했다. 

유가족들은 헌재 결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참담하다"라며 "10.29이태원참사의 최고책임자임에도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은 행안부장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헌재는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부정했다. 헌법이 부여한 국가의 책임을 부정하여 대한민국이 '무정부상태임'을 확인한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이 7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심판 선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런 가운데 헌재 탄핵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한 이 장관은 "10·29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탄핵소추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라고 했다. 그는 또, "이번 기각 결정을 계기로 10·29 참사와 관련한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다시는 이러한 아픔을 겪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