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1석 2조 "신성장 사업 개발, 막대한 로열티 절약"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국내 조선업계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가 미래 먹거리 산업과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를 위해 울산에서 뭉쳤다.

16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조선 빅3와 정보통신기술(ICT) 중소기업 등 산·학·연이 힘을 모아 친환경·고효율 차세대 선박인 ‘에코십’과 ‘스마트십’을 공동 개발한다.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현대중공업과 울산시가 공동으로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현 울산광역시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문을 열었다.

   
▲ 박근혜 대통령과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오른쪽 두 번째), 김기현 울산시장(오른쪽 네 번째)이 현대중공업 신현수 중앙기술원장(맨 오른쪽)으로부터 스마트십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기술협력과 특허 공유 등을 통해 신성장사업과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를 추진한다.

먼저 현대중공업은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지난 2011년 3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십(Smart Ship) 기술을 공유한다.

스마트십은 정보통신기술(ICT)를 접목해 선박 엔진, 제어기, 각종 기관 등의 정보를 육상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고 선박 내 통합시스템을 원격 진단하고 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선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유럽 특허청 승소에 이어 국내 특허소송에서도 승소했던 ‘고압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 (FGSS: Fuel Gas Supply System, FGSS)’ 기술을 공유한다.

FGSS는 탱크에 저장된 액화천연가스(LNG)를 고압 처리해 엔진에 공급하는 장치로 차세대 선박인 ‘천연가스 추진 선박’의 핵심기술로 불려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에코십 산업의 인프라 구축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력해 다자간 에코십 특허 공유와 중소기업 마케팅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공동 표준안 마련을 위해서도 협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기자재 국산화를 위한 생태계도 조성할 계획이다.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를 위한 빅3의 노력은 그동안 계속돼왔다.

빅3는 2000년 초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양플랜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핵심 기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면서 수익 창출과 공정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해양플랜트로 현대중공업은 3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고 삼성중공업은 영업이익이 80% 급감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에 대규모 손실이 반영될 예정이다.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수주 금액의 50% 이상을 기자재 비용으로 해외업체에 지불하는 해양플랜트의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자재 국산화 생태계를 구축한다.

대기업의 국산화 수요와 중소기업 보유기술을 연계하고 중소 기자재 업체들이 제품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 시범사업도 수행한다.

빅3는 올해 5월 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DNV GL과 함께 ‘해양 표준화 공동추진 협약’을 체결하고 발주처와 프로젝트별로 차이가 있는 자재의 사양과 디자인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추진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는 조선업계와 중소 기자재 업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며 “보수적인 선주사들에게 조선소에서 국산 기자재를 추천해줄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미래산업과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 이외에도 빅3는 프랑스 GTT사가 독점한 LNG선 화물창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한 적도 있다.

지난 2004년에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빅3와 한국가스공사가 5년간의 공동연구 끝에 한국형 LNG 화물창(KC-1)을 개발한 것이다. 이로써 해외로 빠져나가는 막대한 로열티를 막을 수 있게 됐다.

KC-1은 한국선급(KR), 미국선급(ABS), 프랑스선급(BV), 영국 로이드선급(LR)과 같은 주요 메이저 선급의 인증을 획득했으며 DNV GL의 기본승인단계(AIP) 선급인증이 추진되고 있다.

DNV GL 그룹은 노르웨이 선급협회인 DNV(Det Norske Veritas)와 독일선급협회(Germanischer Lloyd)가 지난 2013년 합병해 재탄생한 선급으로 영국 로이드선급(LR), 미국선급(ABS)과 함께 세계 3대 선급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삼성중공업이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국적 LNG선 6척 가운데 2척을 KC-1을 적용해 건조 중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셰일가스 운송을 위해 오는 2017년 국적 LNG선을 미국 사빈패스에 도입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조선소 1,2,3위를 다투는 조선 빅3가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분명있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혁신센터 사업에 빅3가 협력하는 모습은 의미가 깊고 조선업계 불황을 타개할 윈윈 전략이다”고 강조했다.